[스크랩] 내 철학의 뿌리는 내게 있다 (북포스) 15
마음에 ‘철학 상자’가 없는 빈껍데기는 가라
“‘오늘 잠을 자면 꿈을 꾸지만 오늘 공부를 하면 꿈을 이룬다.’ 작년 겨울, 차로 이동하는 와중에 어느 고등학교 정문에 붙어있는 플랜카드에 적힌 문구를 읽으며 한참 웃었다. 절대 공감이 가는 문구였지만 급훈으로도 모자라 교문 앞에서 매일 학생들에게 공부를 해야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이론을 세뇌시켜야 하는 사회적 현상에 대한 양가적 감정 때문이었다. 헌데, 작업실에 돌아와 보니 지금 남의 말 할 때가 아니었다.” -“나는 아포리즘 중독자였다” 중에서
작가 윤정은은 작업실 컴퓨터 책상 위에는 ‘대체 불가능한 인물이 되자’, ‘하루라도 글쓰기를 소홀히 하지 말자. 한순간도 꿈을 꾸기를 놓지 말자’ 등 굵은 사인펜으로 적은 십여 장의 문구가 붙어 있는 것을 바라본다.
컴퓨터 책상뿐만 아니라 초심을 잃어가는 것 같아 정신을 다잡기 위해 며칠 전에 거울 앞에 붙여놓은 “정신 똑바로 차리고 글 써!”까지 바라본다. 핸드폰에 저장된 사진에는 건물에 붙어 있는 광고현판 문구들을 찍혀 저장되어 있다. 그는 이때 문득 “이런! 바로 내가 아포리즘 중독자로군.”이라고 중얼거린다.
사람들은 책을 읽으며 ‘사고’를 한다. 매일 밥을 먹고 배설을 하듯, 글도 받아 읽고 사고를 하면서 적당히 배설도 해야 한다. 때로는 강렬한 배설의 욕구가 느껴지지만, 쌓인 문장과 철학의 상자가 마음속에 없다면 결국 변비에 걸릴 수밖에 없다. 몸에 있는 변비는 약과 식이요법, 운동 등으로 풀 수 있지만 ‘사고’에 따른 변비는 책읽기와 글쓰기로 풀 수밖에 없다.
작가 윤정은은 『내 철학의 뿌리는 내게 있다』라는 책을 통해 “근본적인 것으로의 회귀이다. 사회구성원 개개인이 철학자가 된 시대에 사고의 근원지인 매개체에 대한 가이드를 잡아주고 싶다”며 “미친 듯이 진취적인 꿈을 향해 나아가는 당신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다. 내가 그랬듯이.”라고 스스로 되짚는다.
나는 지지리도 못났기 때문에 삶을 찾는 여행을 떠난다
“나는 참 못났다. 지지리도 못났었다. 못났었기 때문에 책을 읽고, 글을 썼다. 어려서 조부모님 손에서 크며 ‘천자문 외기’를 배우며 시작된 ‘독서’가 없었다면 지금까지 버텨올 수 없었다. 학교에 들어서면서 부족한 사회성과 호감형이 아니었던 성격 탓에 친구들이 없어 늘 외로웠고 -집에 돌아오면 아무도 없는 텅-빈 집에서 중학교에 다니는 큰언니가 읽던 ‘책’을 벗 삼아 시간을 태워버렸다.” -‘책을 벗 삼아 시간을 태우다’ 중에서
현재를 ‘도약의 날개’로 삼아 책과 벗 삼아 살고 있는 작가 윤정은. 그가 책은 곧 유희이자 살고 싶게 하는 육감적인 유혹이라는 내용을 담은『내 철학의 뿌리는 내게 있다』를 펴냈다. 이 책은 곧 삶이자 여행이며 그 여행은 책읽기와 글쓰기를 통해 드러난다는 것을 속내 깊게 드러내고 있다. 보기 좋은 인생보다 살기 좋은 인생의 낭만을 즐기며, 농담처럼 유쾌하지만 우아하고 자유스럽게 살고 싶다면 사랑하는 이와 함께 왈츠를 추며, 책을 쓰고,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모두 4부로 쪼개져 있다. 제1부 철학적 사유로 가는 ‘도피와 방황’, 제2부 ‘인풋’이 ‘아웃풋’을 살찌운다, 제3부 나는 ‘은따’가 싫어 글에 빠졌다, 제4부 철학적 사유로 보헤미안 가는 길이 그것.
원고 한 꼭지 한 꼭지가 끝날 때마다 길라잡이처럼 붙어 있는 여러 가지 책과 이어지는 새콤달콤한 이야기와 글쓴이가 책과 씨름을 하면서 직접 겪은 에피소드는 마치 식사를 한 뒤 마시는 한 잔 커피처럼 가볍고 즐겁게 마시는 후식이다.
윤정은은 “책속에 내 철학의 뿌리가 있다”라며 “책장에 있는 제목을 하나하나 읽어 내리자 수백 명의 저자들이 안쓰럽게 바라보며 손을 내밀어 등을 토닥이며 응원을 해주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고 말한다.
그는 “내 심정을 모두 안다는 듯한 그들의 따뜻한 응원을 받으며 손에 잡히는 대로 아무거나 책을 펼쳐 들었다.”라며 “풀이 죽어있던 축 처진 어깨는 다시 올라가고 ‘그래, 단지 과정일 뿐이야’라며 나는 다시 검푸른 바다를 건너가는 노 젓기를 시작했다. 멈추지만 않는다면 언젠가는 저 섬에 꼭 도달할 것이라는 확신을 책이 말해주었기 때문”이라고 책을 애인보다 더 사랑한다.
왕비가 태교를 하듯이 내 마음에도 ‘지식의 태교’를 하라
“하루 열네 시간을 꼬박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건만 단 한 줄의 글도 건지지 못하던 날 밤, 뻣뻣하게 굳어버린 뒷목과 손목의 통증에 쉬이 잠이 들지 못하던 날 밤, 불현듯 고궁이 보고 싶어졌다. 신경숙의 장편소설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에서 정윤이 도시에 발붙이기 위해 걷고 걷다, 경복궁을 발견하고 느꼈다는 희열의 마음이 내게로 온 것이다.”-“진심이 ‘인풋’을 ‘아웃풋’으로 잇는다” 중에서
작가 윤정은은 어느 날 고궁에 가면 무언가 책과 글에 대한 정답을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서둘러 아침을 먹고 지하철 3호선을 타고 경복궁으로 간다. 그는 그곳에서 찬란히 빛나던 500년 조선왕실에 얽힌 역사와 문화를 찬찬히 살펴보다가 문학가로 알려진 세종과 정조대왕 외에도 당대 으뜸 학문가이자 서예가는 임금들이었다는 기록을 발견하고, 눈을 크게 뜬다.
이들 왕들은 한 나라의 흥망성쇠와 존폐를 결정짓는 통치권자이니만큼 세자시절부터 아침, 점심, 저녁시간을 넘어 자율학습시간까지도 학문에 열중하며 후계자 수업을 받았을 것이다. 또한 왕위를 이어받은 뒤에도 왕실에서 시를 짓고 각종 학문에 퐁당 빠졌을 것이다. 왕을 보필하는 왕비 또한 이러한 수업을 받아 덕성과 지혜를 갖춘 여인이 되었을 게 아닌가.
운정은은 고궁에서 왕비가 회임을 하게 되면 고전을 읽고 음악을 들으며 태교를 했듯이 우리들도 책을 읽고 음악을 들으며 ‘지식의 태교’를 해야 한다고 여긴다. 그래야 나를 리더 할 수 있고, 너를 리더 할 수 있고 , 우리를 리더할 수 있고, 마침내 나아가 이 세상을 리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세상은 나 혼자가 아니다
“대입시험에 합격하기 위해서 치렀던 논술시험이 끝인 줄만 알았더니, 직업을 선택하는 것에서까지 논리적 능력이 검증되어야 한다니. 인생 살아가기 참 힘들다. 없던 논리적인 능력이 하루아침에 뚝딱, 생기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실제로 사법고시를 준비하던 친구는 연거푸 3연패를 실패하고 한참이 지나서야 ‘나도 너처럼 책을 많이 읽어둘 걸 그랬어. 아무래도 논리력이 부족해서 떨어진 것 같아’라고 실토했다.”-“나는 이성적이지만 감성적이다” 중에서
세계 으뜸 명문대학이라 불리는 하버드대학에서는 ‘행복학’이라던가 ‘정의는 무엇인가’에 대한 강의에 학생들이 많이 몰린다. 어느 지역에 지진이나 홍수 등의 인력으로 막을 수 없는 대재앙이 닥쳐오면 숨어있는 세계적 자비의 온정이 그곳으로 몰린다. ‘온정을 베풀어야 한다’는 자선적 법이 규정되어 있는 것도 아닌 순전히 자발적인 행위이다.
이것은 ‘관습적 행태’인데 ‘자선’이라는 관습은 빈민구제라는 법제도로 발전했고 자비라는 도덕적 의무로도 발전했다. 《레미제라블》에서 배고픈 아이를 위해 빵을 훔친 장발장 같은 인물에게는 현대적으로 온정을 베풀어야 할까, 형벌을 베풀어야 할까? 빵을 훔쳤다는 행위는 규정된 법적으로는 유죄이지만 빵을 훔칠 수밖에 없게 된 배경에는 도덕적 의무인 자비가 행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사회적 책임을 유기하였으니 무죄로 판명날 수 있을까?
서울 서초동 법원청사 소년법정에서 절도죄로 피고인석에 앉은 A양(16)에게 서울가정법원 김 부장판사가 아무 처분도 내리지 않는 불(不)처분 결정을 내렸다. 김 부장판사가 내린 처벌은 자신의 말을 크게 따라 하라는 것이었다.
“‘자, 날 따라서 힘차게 외쳐봐. 나는 세상에서 가장 멋지게 생겼다.’ 예상치 못한 재판장의 요구에 잠시 머뭇거리던 A양이 나직하게 ‘나는 세상에서…’라며 입을 뗐다. 김 부장판사는 ‘내 말을 크게 따라 하라’고 했다. ‘나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나는 이 세상에 두려울 게 없다. 이 세상은 나 혼자가 아니다.”
큰소리로 따라하던 A양은 마침내 눈물을 터뜨렸다. 주변인들도 모두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미 14건의 절도·폭행을 저질러 소년법정에 섰던 전력이 있었기에, 법대로 한다면 ‘소년보호시설 감호위탁’ 같은 처분이 내려졌겠지만 그가 범행에 빠져든 사정을 감안해 내린 ‘사랑조항’이었다.
윤정은은 이에 대해 “도덕 중에서 그 실현을 강요할 수 있는 것을 법으로 삼는다면 김 부장판사처럼 A양이 범죄를 저지르기 직전에 받았던 폭행에 대해 감싸안아주는 것이 올바른 판결”이라며 “모든 판결이 이 사람이 죄를 저지르기 이전의 행위를 보듬어 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자비와 온정을 베풀 수 있게 해야 한다. 인간의 삶을 해치는 것이 아니라 보호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규제가 법이기 때문”이라고 못 박았다.
지은이/ 윤정은
‘나는 누구이며,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며, 행복은 무엇인가?’에 대한 성찰을 던지며 일상 속을 여행하며 지혜와 사랑의 근원과 행복을 탐구한다. 인생 여행길 친구인 책은 최고의 유희이자 살고 싶게 하는 육감적인 유혹이다. 덧없는 욕망과 환상을 쫓다 보니, 젊은 날에 삶에 대한 환멸과 환희를 동시에 느꼈다. ‘진정 가치 있는 인생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무던히도 ‘내 안에 나’에 질문을 던졌다. 결국 자신을 단단하게 받쳐주는 철학의 뿌리는 내 안에 있음을 발견한 저자는 노력하지 않으면 달아나버리는 현실에 지지 않기 위해, 재능 없음을 보충하기 위해, 사유적 깊이를 넓히기 위해, 행복한 인생을 살기 위해, 삶을 열렬하게 사랑하기 위해 책을 읽고 글을 쓴다. 독서와 글쓰기는 살아남기 위한 ‘생존’이자 ‘현실’이자 ‘꿈’ 그 자체이니까. 보기 좋은 인생보다 살기 좋은 인생의 낭만을 즐기며, 농담처럼 유쾌하지만 우아하고 자유스럽게 삶을 여행하는 보헤미안이다.
한국독서문화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고, 동서식품 맥스웰의 향기에 문화칼럼을 기고 중이며 작가로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mbn<라디오 책을 만나다>와 한국경제TV <Star Books> 등 다수의 매체에 출연했다. 저서로는『20대 여자를 위한 자기발전노트』, 『하이힐 신고 독서하기』, 『그림에서 만난 나의 멘토』,『20대에 꼭 만나야할 50인』『20대의 만남이 인생을 결정한다』 등이 있다.
차례
에필로그 / 책을 벗 삼아 시간을 태우다
제1부 철학적 사유로 가는 ‘도피와 방황’
1. 책속에 내 철학의 뿌리가 있다
행운은 사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다
2. “나는 아포리즘 중독자였다”
기적 따위는 악마의 유혹
3. 책을 통해 별이 되는 ‘도피와 방황’
슬픈 일 있더라도 슬퍼할 것 없다
4. 나를 알고 적을 알아야 ‘철학적 괴물’이 된다
내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어찌 남을 알겠는가
5. 정신적 가치는 후손들에게 대물림된다
‘검의 날은 숫돌에 갈아야 빛이 난다’
6. 한없이 초라해지는 순간 앞에서도 도망치지 마라
“나는 사람들 앞에만 나서면 말을 못해”
7. 사유의 씨앗, “가장 행복한 중독은 활자 중독”
새는 세계를 깨고 나온다
제2부 ‘인풋’이 ‘아웃풋’을 살찌운다
1. 진심이 ‘인풋’을 ‘아웃풋’으로 잇는다
책속에 내 마음을 풍덩 빠뜨려라
2. 내가 나를 바꾸고 세상을 바꾸는 주도자
그림을 ‘듣고’ 음악을 ‘보아라’
3. 남성과 여성이 샌드위치 된 양성형 인간
나는 여성성이 강한가? 남성성이 강한가?
4. 책이라는 ‘인풋’ 통해 책이라는 ‘아웃풋’으로
내 ‘생각’과 섞여야 새로운 아웃풋이 싹튼다
5. 나는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는 시를 읽는다
시도 ‘인풋’과 ‘아웃풋’을 맺어준다
6. 내·가·그·쪽·으·로·갈·수·도·있·는·데
어제는 역사-어제는 시-그건 철학-어제는 미스터리
7. 사유, 잘 다루면 보약이지만 남용하면 독이다
‘자신의 계절 속 북소리’에 맞추어 가자
제3부 나는 ‘은따’가 싫어 글에 빠졌다
1. 미래 내다보며 익숙한 것에 딴지 걸어라
딴지를 걸어야 ‘빅뱅’이 일어난다
2. 빅뱅(Big Bang) 거쳐야 새로운 사고가 열린다
‘책’이라는 ‘빅뱅’이 터져 내가 바뀌었다
3. 배는 비우더라도 머리는 비울 수 없다
나는 나만의 사고로 사유한다
4. 인간의 사고와 감정을 매력으로 여겨라
생각과 삶이 일치하는 사람이 되라
5. 불같은 사랑은 불처럼 빨리 꺼진다
본체를 알려면 나를 잊고 모든 감각을 깨워라
6. 말과 글을 부리려면 책과 사람을 읽어라
사랑도 일도 책도 이놈의 ‘의지’가 부린다
7.‘상처’를 ‘성공’의 원동력으로 끌어안아라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제4부 철학적 사유로 보헤미안 가는 길
1. 나는 사유적 보헤미안으로 자유를 누린다
“날자 날자 날자 한번만 더 날자꾸나”
2. 콤플렉스로 콤플렉스를 다스려라
좋아하거나 잘하는 일이 ‘직업’ 아닐 수도 있다
3. “나는 이성적이지만 감성적이기도 하다”
저만치 먼지 묻은 나만의 권리를 찾자
4. 스스로 만든 스토리로 나를 브랜드화하라
누구나 낯설지만 다가서면 ‘친근하게’ 안긴다
5. ‘한 번 더!’ 전환으로 ‘진화’하는 매력을 ‘즐감’하라
그 뿌리에 얽힌 또 다른 뿌리를 더듬어라
6. 손때 묻은 책이 내게 말을 건다
‘자유무역’이란 사탕발림 뒤에 감추어진 ‘무서운’ 얼굴을 보라
7. 나는 ‘배움’을 통해 머리 나쁨에 ‘희열’ 느낀다
우울증은 장례식장으로 훨훨 날려 보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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