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충만 시

바닷가에 대하여 - 정호승

하동댁 2019. 10. 16. 07:07



누구나 바닷가 하나씩은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게 좋다 

누구나  바닷가 하나씩은 언제나 찾아갈 수 있는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 게 좋다 


잠자는 지구의 고요한 숨소리를 듣고 싶을때 

지구 위를 걸어가는 새들의 작은 발소리를 듣고 싶을때

새들과 함께 수평선 위로 걸어가고  싶을때

친구를 위해 내 목숨을 버리지 못했을때 

서럽게 우는 어머니를 껴안고 함께 울었을 때 

모내기가 씉난 무논의 저수지 둑 위에서 

자살한 어머니의 고무신 한 짝을 발견했을때 

바다에 뜬 보름달을 향해 촛불을 켜놓고 하염없이

두 손 모아 절을 하고 싶을 때 


바닷가 기슭으로만 기슭으로만 끝없이 달려가고 싶을때 

누구나 자기만의 바닷가가 하나씩 있으면 좋다 

자기만의 바닷가로 달려가 쓰러지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