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충만 시
좋은 사람들 중에서 - 이병률
하동댁
2019. 9. 7. 22:31
사람의 집에
사람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일이 목메이게 아름답다
적과 내가 엉기어 층계가 되고 창문을
마주 낼 수 없듯이
기운 찬 사람을 만나는 일이란 따뜻한 숲에 갇혀
황홀하게 밤을 지새는 일 (지금은 적잖이 열망을 끼얹거나
식히면서 살 줄도 알지만 예전의 나는
사람들 안에 갇혀
지내기를 희망했다 )
먼 훗날, 기억한다 우리가 머문 곳은
사물이 박혀 지내던 자리가 아니라
한때 그들과 마주
잡았던 손자국 같은 것이라고
내가 물이고 싶었던 때와 마찬가지로
노을이 향기로운 기척을 데려오고 있다
땅이 세상 위로 내려앉듯 녹말기 짙은
바람이 불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