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용의 유전자 (세종서적) 10
가까운 장래에 ‘정의로운 전쟁’을 명분으로 미국과 충돌할 중국,
그 상황에서 우리의 그리고 세계의 선택은?
칭기즈 칸의 유라시아 침공부터 21세기 우주 공정까지,
중국 팽창의 역사를 통해 한반도의 미래를 예측한다.
용은 지금 더 먼 곳을 보고 있다
천안함이 침몰한 지 한 달여 뒤인 4월 30일과 5월 5일,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은 이명박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을 각각 만나 한반도의 위기를 논했다. 이는 가난과 ‘짝퉁’이라는 중국의 이미지가 과거의 것이 되었음을 상징하는 사건이었다. 멀게는 조선 후기, 가까이는 한국 전쟁 때까지 생생했던 공포의 대왕이자 동아시아의 패권자라는 중국의 이미지가 한국 지식인들 사이에서 깨어나게 한 사건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세기 후반부터 서구의 지식인들은 미국과 맞먹는 패권자로 떠오르는 중국을 계속 주시해왔다. 특히 베테랑 종군기자이자 아집과 실패의 전쟁사를 집필한 에릭 두르슈미트는 2001년 4월 1일에 중국 하이난 섬 부근 상공에서 발생한 미군과 중국군 항공기의 충돌 사건을 계기로 중국을 주시해왔다.
그런 두르슈미트가 이 책 용의 유전자에서 한국인을 비롯한 전 세계 사람들에게 이렇게 경고하고 있다.
“베이징의 야심적인 군 현대화 계획과, 점차 강해지고 있는 민족주의는 주변국들에게 불안감을 안겨주면서 주변 지역의 안정을 해칠 것이다. 중국은 자국의 국제적인 영향력을 확장하는 데 초점을 맞춘 다양한 정책을 통해 자국의 목표를 추구하고 있으며, 이런 현상은 미국과의 관계에서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중국은 태평양을 여전히 자국의 호수로 간주하는 미국을 몰아낸 뒤, 태평양의 새로운 맹주가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531쪽)
2001년, 죽은 왕웨이가 산 부시를 떨게 하다
2001년 4월 1일 오전 8시 45분, 중국 해군 F-8-II 전투기의 조종사 왕웨이 소교(小校: 소령)는 마지막 출격을 개시했다. 그의 임무는 하이난 섬에서 110킬로미터 떨어진 곳을 날던 미국 해군 첩보기 EP-3E를 요격하는 것. 왕웨이는 위협을 목적으로 첩보기에 너무 가까이 접근했고, 이는 왕웨이의 작은 전투기가 거대한 첩보기 쪽으로 쏠리면서 충돌하는 사고로 이어졌다. 부서진 첩보기는 간신히 하이난 섬에 불시착했지만, 왕웨이는 전투기와 함께 바다 밑으로 사라졌다.
상황을 보고받은 부시 대통령은 라이스 보좌관과 파월 장관을 불러 대책을 논했다. 최대의 무역상대국에서 최악의 가상적국으로 돌아서게 된 중국을 어떻게 달랠 것인가가 주제였다. 파월은 “올바른 길은 외교적 해결뿐입니다”라고 충고했지만, 부시는 강경한 담화문을 발표하기로 결심했다. 그러자 중국 정부와 언론, 그리고 국민들까지 강경하게 나오면서 부시는 뒤늦게 파월의 충고를 따랐다. 또한 중국은 첩보기를 미국에 돌려주기 전에 분해해 조사했으며, 2008년 올림픽 유치를 위한 미국의 지지도 확보했다. 미국이 얻은 것은 ‘앞으로도 계속 중국 근처를 날 수 있는 권리’뿐이었다.
1218~1433년, 황제의 대실수
부시 대통령의 실수는 그만의 것이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천 년쯤 전에도 그와 비슷한 실수를 한 자들이 있었고, 그들은 부시 대통령의 것보다 더 끔찍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1218년, 불과 3년 전에 베이징을 함락하여 중원의 지배자가 된 칭기즈 칸은 호라즘 제국의 황제에게 보낸 사절들이 모두 죽임을 당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당나귀가 내갈긴 째진 눈을 가진 이교도’를 얕잡아본 황제는 중원의 어떤 군주도 감히 도전해온 적이 없음을 노려 이런 만행을 저지른 것이다. 물론 호라즘 제국의 술탄과 그의 백성들은 학살당했고, 그들의 도시는 불바다가 되었다. 그리고 칭기즈 칸의 침략은 대를 이어 계속되어 서쪽으로는 동유럽과 중동, 동쪽으로는 고려와 일본에 이르기까지 끔찍한 트라우마를 남겼다.
물론 중원으로부터의 침략은 이것이 마지막이 아니었다. 명나라의 영락제는 “짐의 통치는 과거 어떤 왕조의 경우보다도 훨씬 더 훌륭해야만 한다”라는 신념에 따라 정화를 제독으로 임명하여 대함대를 이끌고 출정하게 했다. 베트남을 약탈하여 확보한 목재로 만든 거대한 ‘용의 함대’는 인도와 아라비아 반도, 동아프리카에 그 세력을 떨쳤고, 하마터면 신항로를 찾던 유럽인들의 함대와 남아프리카 연안에서 충돌할 뻔했다. 그러나 정화의 업적을 질투한 새 황제가 항해 금지령을 내리면서 용은 잠을 자야 했다. 결국 20세기 중반에 한반도 중부와 우수리 강에서 미국 그리고 소련과 격돌하기 전까지 용과 그의 백성들은 여러 열강들로부터 철저하게 수탈당해야 했다.
2008년, 우주로 승천하는 붉은 용과 베이징 올림픽
200년 전에 나폴레옹은 “용을 경계하라! 용이 잠에서 깨어나면 세상이 요동친다”라는 말을 남겼다. 유럽 전체의 패권자가 지구 반대편의 중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는지를 엿볼 수 있는 말이자, 칭기즈 칸의 군대가 유럽인들에게 자자손손 얼마나 큰 트라우마를 남겼는지를 보여주는 말이다. 그리고 최근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는 세계를 향해 이렇게 선언했다. “우리는 외국이 간섭하지 않기를 바라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두려워하지도 않습니다. 우리 중국인들에게 19세기는 치욕의 시대였고, 20세기는 그것으로부터 탈출하는 회복의 시대였으며, 21세기는 우리의 우수성을 떨치는 시대가 될 겁니다.”
이는 중국이 세계 권력 구조에서 또 하나의 중심 세력이 되기를 갈망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중국이 금세기에 들어와 획득한 국제적 지위는 국제 안보와 발전의 역학 관계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중국은 핵무기로 외국을 위협할 필요가 없다. 2040년까지 중국이 생산하는 부가 미국과 EU의 생산 총합의 두 배에 이르리라 예상될 정도로 중국의 경제적 지배가 이미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선저우 5호의 발사에 의한 우주인 배출과,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의 성공으로 국제적 위상도 높아졌다. 전쟁과 피바다로 점철된 천 년의 혼란과 대학살 끝에 중국의 역대 황제들이 추구했던 꿈이, 중국이 아시아와 태평양을 논란의 여지 없이 지배하는 상황이 마침내 성취될 날이 온 것이다.
2010년, 자유와 민주주의를 갈구하는 젊은 용들
그러나 두르슈미트는 신흥 초강대국인 중국의 전망이 꼭 밝은 것만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일단 중국의 거대도시들은 가난에 찌든 농촌 출신 노동력을 다 흡수할 여력이 없다. 일자리를 가진 사람들도 권력을 가진 소수의 사람들을 위해 더 열심히 일하도록 압박받고 있다. 그리하여 사회주의 국가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한 나라들 중 하나로 전락했다.
1989년 6월의 톈안먼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중국 공산당 정권은 이념적인 타당성을 잃기 시작하면서 군대의 지원을 받는 관료주의적 권력에 의존하게 되었다(두르슈미트는 이를 중국 공산당이 인민들에게 “나와 결혼해줘. 그렇지 않으면 죽이겠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표현한다). 정부 시책에 비판적인 사람들은 처형당하거나 실종되었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자백을 받기 위한 고문이 만연하며, 대규모적인 인권 침해와 자국민에 대한 테러도 일상적으로 되풀이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돈벌이에 몰두하고 있는 중국의 젊은이들은 곧 민주적인 정치 체제 속에서 인권을 존중하고, 기본적인 자유를 허용하며, 법에 의한 통치를 하라고 중국 공산당 정권에 요구할 것이라고 두르슈미트는 내다보고 있다. 외국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는 것을 자신들의 현실에서도 볼 수 있기를, 자신들을 통치할 사람들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젊은 용들이 요구할 것이라고 말이다. 결국 공산당 정권은 중국의 옛 속담(배는 바다 위를 마음대로 다니지만, 바다는 한순간에 그 배를 뒤집을 수 있다)에서, 그리고 한 왕조가 부패할 때마다 농민 반란이 일어나 황제가 부여받은 천명(天命)을 박탈했던 역사에서 교훈을 얻을 것이다.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그렇기에 두르슈미트는 말한다. 이 책 용의 유전자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결코 끝날 수도 없다고…….
■저자․역자 소개
에릭 두르슈미트 Erik Durschmied
1930년 오스트리아의 빈에서 태어났다. 사춘기 때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전쟁에 대한 깊은 의문을 가진 그는, 1958년 쿠바의 산속에서 은신하던 ‘미지의 반란군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를 만나 그에 관한 최초의 기사를 씀으로서 종군기자로서의 경력을 시작했다. 1960~1972년에 BBC에서, 그 뒤 CBS에서 종군기자로 일했다. 베트남에서 10년간 활동했고, 테헤란에서는 ‘인질 위기’를 취재했으며, 바그다드에서는 이라크와 이란 사이의 소모적인 살육전을 보도했다. 또한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소련군의 혼란상을 보도했으며, 캐나다 텔레비전 팀의 일원으로 중국을 방문했을 때 마오쩌둥이 지배하는 중국의 현실을 다큐멘터리 필름으로 적나라하게 서방에 전달했다. 아집과 실패의 전쟁사, 날씨가 바꾼 전쟁의 역사를 비롯해 15권에 달하는 그의 저서들은 18개 언어로 번역되어 28개국에서 출간되었다.
옮긴이 이상근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외교학과를 졸업했으며,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부자, 수학자, 증권시장에 가다, 마오(공역), 대륙의 딸(공역), 점성술로 되짚어보는 세계사, 할리우드 영화사, 머니 앤드 브레인(공역), 인도로 간 붓다를 비롯하여 다수가 있다.
■이 책에 쏟아진 찬사
“두르슈미트는 생존해 있는 그 어느 장군보다도 더 많은 전쟁을 목격했다.” 뉴욕타임스
“두르슈미트는 자신이 몸담은 미디어계를 혁신시킨 최고로 재능 있는 종군기자이다.” 뉴스위크
“폭력과 혼란을 묘사하는 그의 이야기는 흥미진진할 뿐만 아니라 유익하며, 참으로 우리의 사고를 자극한다. 그는 우리가 생각지도 않았던 역사 속에 파묻힌 사건들을 파헤쳐 간헐적으로 지적 충격을 안겨준다.” 인디펜던트
◆ 응모방법: 이 책을 읽고 싶은 이유를 적어주세요.
◆ 서평단 모집간 : 10월 7일 ~ 10월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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