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정보와 리뷰

그여자 전혜린을 만나고 ,,,

하동댁 2010. 10. 1. 08:55

 

 

                                          책제목 :  그여자 전혜린

                                          출판사 : 두리미디어

                                          지은이 :  정 도 상

 

 여고시절 자칭 문학을 꿈꾸던 시절 하얀칼라에 풀을 먹이고 학교도서관 책 대출장에

한줄 한줄 도서 목록이 적혀질때마다 마치 내가 무슨 소설가나 철학자가 된양 폼생폼사로 살던

그 옛날에 난 전혜린이란 여자한테 미쳐있었다 , 그녀가 쓴 수필집 두권을 읽고는 그녀의 신봉자가

되었다 ,  "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 와 " 이모든 괴로움을 또다시  "  라는 책두권,,,,

그리곤 독일의 슈바빙은 내가 가장 가고 싶은 외국의 도시가 되어있었다 ,

그녀가 묘사했던 음침하고 긴 복도를 따라 계단을 오르면 나오던 그녀의 자취방과 그녀의 절친인

친구와의 우정, 그녀의 변역서인  루이저 린저의 "생의 한가운데 " 에서 나오던 주인공 니나와 슈타인

박사와의 사랑  니나가 남긴 멋진 말들을 머리속에 외우고 다니면서 언제나 엽서의 맨위부분에 그녀의

말들을 적곤 했었다 ,

슈바빙 도시의 한적한 외딴곳에 릴케와 루 살로메가 살았던 볼프라츠하우젠을 얼마나 가보고 싶었던지 

"이 풀밭 위를 릴케와 루는 맨발로 다녔어 빵과 야채와 달걀만으로 한 달을 살았어, 물론 가장 큰 양식은 

시와 사랑이였겠지만 ,"  

스물한 살의 무명시인 릴케와 당시 사교계에 명성이 드높았던 서른 일곱의 루 살로메와의 사랑 이야기 

직접 살았던 그곳을 산책하면서 그녀가 썼던 글들을 난 그옛날 너무도 사랑했었다 , 

내가 루살로메가 되어 릴케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상상을 얼마나 많이 했던지 ,,,

그녀의 일기장에 나왔던 이미륵씨를 사랑했던(? ) 독일인 여성 헬레네와의 만남도 난 감동으로 읽었다.

헬레네의 집을 방문 하면서 늘 이미륵씨가 앉아있었다던 의자와  석양빛이 찬란하게 빛난던 그자리에서 

옛주인을 추억하던 헬레네 여사의 모습을 기록한 장면에서는  언제나 황동규 시인의 즐거운 편지라는

시가 떠올랐었다.      

 "내 그대를 생각함은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오리라... "

그녀의 일기장에는 그녀의 딸에 대한 사랑 또한 애절했었다 , 나의 기억으로는  ,,,

오늘의 이유식은 무엇인지, 딸애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도 모두 메모처럼 기록했던 글들도 생각난다 ,

그런 그녀가 어린 딸 정화가 일곱살 되던해에  1965년에 자살을 했다,

일세기에 한번 나올까말까한 천재라는  소리를 듣던 그녀는 그렇게 세상과의 인연의 끈을 놓아버렀다.

지금 그녀의 딸은 미국의 어느 대학에서 교수로 있다고 한다  나보다 두살위인 김정화교수로 ,,,,

그녀와 함께 살았던 김철수 라는 분은  아직도 서울대 명예교수로 살고 있다고 하시는데 그녀만 지금 

세상을 하직한지 벌써 사십년이란 세월이 흘렸다 , 세월은 흘렸어도 항상 가을이되면 생각나는 그녀만의 

특별한 매력은 언젠나 살아서 꿈틀되며 우리의 감성을 자극한다 , 

난 처음 이책을 보는순간 장편소설이라는 것에 실망을 했다,

그녀의 일기모음인줄 알았더니 지은이가 만들어낸 허구의 세계속에 전혜린이 있었다, 

간간이 그녀의 수필집의 글들을 토대로 구성되어 지긴 했지만 내가 탐닉했던 전혜린이란 인물 묘사에는 

조금은 실망도 했다 ,  " 아 이게 아닌데   ,,,,,  " 

그래도 다시금 전혜린 이란 인물을 추억하기에는 조금도 부족함이 없었다,

그녀가 살았던 슈바빙 도시의 한 카페의 테라스에 앉아 커피를 마시던 전혜린을 상상하면서

맑은 한잔의 커피를 나도 마시고 싶었고  릴케와 루 살로메가 살았던 전원의 풀밭도 거닐어 보고싶다,

오십을 넘긴 이나이에도 ,,,

여고적 느껐던 그 풋풋했던 감성들은 아직도 살아 있어서 지금도 독일하면 슈바빙이 떠오르고

언젠가 읽었던 " 뮌헨의 노란 민들레 " 라는 책에서 보았던 뮌헨도시의 민들레는 봄이면 어김없이

떠오르곤 한다,

난 감사한다 , 지금도 식지않고 살아있는 내 감성에 찬사를 보낸다 ,

아직도 뜨겁게 무엇인가를 사랑하고 열정이 남아 있다는 사실도 이책을 읽으면서 다시금 확인했다,

물론 난 지금 그녀의 자살에 대해서는 예전과는 다른 판단을 내리지만 그래도 가을이면 어김없이

난 전혜린을 사랑하는 여고적 철학소녀로 돌아가곤한다,

어제 하루 종일 이책을 읽으면서 행복해 했고 청명한 가을 하늘보다 회색빛 우울한 가을의 염세적인

모습을 생각하곤 했다,

그녀는 회색의 가을날 긴 바바리 코트깃을 세우고 검은 눈동자를 반짝거리며 슈바빙 도시의

가로등 거리를  걷고 있다,  내 상상의 날개속에서, 가을색이 완연해지는 날이오면

독일의 슈바빙!!!  아 가고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