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하면서
사랑이랑 산책에 나셨다
보온병에 커피물을 준비하고 사랑이 마실 물도 준비하고
나와 사랑이랑 앉아서 쉴수 있는 넓은 돗자리도 하나 챙겼다
사랑이와 함께 사진을 찍을수 있도록
셀카봉도 준비했다
큰 도로를 건너기전 어디선가
아름다운 오카리나 소리가 들린다
소리가 나는곳을 따라가니 미용실이다
미용실 주인에게 내가 먼저 말을 걸었다
오카리나 소리가 넘 듣기 좋아요 교회에서 배웠어요
혹시 배우고 싶으면 어양2 동 동사무에서
가르쳐줘요 한번 배워보세요
인상좋게 생긴 미용실 원장이 알려준다
정말 배우고 싶은데 ...
다시한번 도전해보고 싶은 의욕이 생긴다
돈님의 말처럼 뭐든 배워야하는데
하고 싶은것은 ... 망설이다가 시간만 다 간다
집앞 산업도로 건너편 사랑이랑 내가 가는
아지트로 발길을 옮겼다
그런데 ..... 그런데 작은 산길로 들어선 순간
어디선가 냄새가 난다
이게 무슨 냄새지 이 묘한 냄새의 정체가 뭐지
한참을 주변을 두리번 두리번 하니
밤꽃 이였다. 밤꽃향기가 바람을 타고
내 콧속을 간지럽힌다 .
남여가 밤꽃 아래서 사랑을 나눈다고 하던데 ...
이 밤꽃 향기를 맡으면 ...
난 그런 상대는 없다.
동료가 말했다 왜 하필 밤나무 아래서야
가시에 찔리면 어쩔려고 ....
길가의 개망초도 한들한들 ...
개망초 개복숭아 개살구
왜 하필 개 라는 단어를 안좋은 것앞에 부치는지
우리 사랑이가 들으면 서운할 일이다
이 개망초도 내눈엔 참 예쁘다
이길 끝나는 곳에 배농장이 있다
얼마전에는 배꽃이 만발했었는지
오늘은 어떤 모습일까 ?
농장앞에 해당화가 전부 지고
세송이만 남았다
꽃이 피었던 그자리에 밤톨만한 배들이
소담스럽게 달려있다
주인장의 발길소리를 들으면서
무럭무럭 크고있다
스피커에서 들려오던
클래식 음악 은 오늘은 들리지 않는다
식물들도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 더 튼튼하게
잘큰다는 소리를 티브이 에서 들었었다
내가 주인이된 셀카봉을 실험삼아 작동해본다
처음 찍어보았는데 아주 잘된다.
항상 산책을 나오면 사랑이랑 요렇게 찍어보고 싶었는데
리모콘으로 조정하면서 사진을 찍을수 있으니
참 편하고 좋다 주변에 아무도 없어서
마냥 웃으면서 사진을 여러장 찍었다
사랑이는 나의 애정표현에
지친 표정이다.
그래도 난 니가 좋다
아프지 말고 지금처럼 요렇게
나랑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자
인동넝쿨
남의집 담벼락을 배경으로 핀 개망초
금계국
지금 한창 필시기다
작은애도 결혼하고
난 이제 홀가분하다
내책임을 다 완수했으니까
그런데 그럼에도 이 허전함은 또뭐지 .....
그래도 할일이 있을때가 좋았던 것인가 ?
무언가 이루고저 노력하던 그시간들이 ....
요양원 앞 논에서
개구리들의 울음소리가 요란한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