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충만 시

[스크랩] 눈 오시는 날/서정주/(낭송:단이

하동댁 2019. 2. 25. 12:25

 


 

눈 오시는 날       서정주



내 연인은 잠든 지 오래다.

아마 한 천년쯤 전에…….


그는 어디에서 자고 있는지,

그 꿈의 빛만을 나한테 보낸다.


분홍, 분홍, 연분홍, 분홍,

그 봄 꿈의 진달래꽃 빛깔들.


다홍, 다홍, 또 느티나무빛,

짙은 여름 꿈의 소리나는 빛깔들.


그리고 인제는 눈이 오누나…….

눈은 와서 내리 쌓이고,

우리는 제마다 뿔뿔이 혼자인데


아 내 곁에 누워 있는 여자여.

네 손톱 속에 떠오르는 초생달에

내 연인의 꿈은 또 한 번 비친다.

 

* 시집 [동천] (민중서관, 1968)

 

 

출처 : 풍경속 詩 한송이
글쓴이 : 시풍경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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