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1일 일기
나는 참 이상한 여자다
집에만 있으면 머리가 아프기 시작한다
시집일 친정일로 골머리 썩을일도 없는데 왜 머리가
아픈것인지 난 알다가도 모를일이다
예전 어느 다큐프로그램에서 나이드신분이
걸어야만 사는 분이 계셨다
하루종일 배낭 하나 들고 점심 끼니 때울만한
간식거리 하나 챙기고 길을 나서 저녁 어스름 무렵이면
집에 들어와서 잠을 자고 다음날 아침 또 집을 나서서
하루종일 걸었던 어르신의 이야기를 본적이 있었다.
그때 그 분이 그랬다
" 나는 걸어야 살아요 걷지 않으면 많이 아파요"
그런데 내가 요즘 그렇다
집에 있으면 두통이 시작된다.
이것이 마음의 병인지 ...
아니면 안아픈데 아프다고 느끼는 것인지
잘구분이 안되지만 분명 집만 나서면 나는 룰루 랄라
기분이 좋아진다
나의 작은집에서 하는 일은 딱정해져있다.
티브이를 보거나 사랑이와 놀거나 인터넷을 하거나
그래도 시간이 나면 전화로 수다를 떨고
가끔 흘러가는 시간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면
책 한시간이라도 읽는다.
그래서 집밖으로 나간다.
넓은 광명 천지로 나와서 세상밖 풍경에 넑이 나갈정도로
보고 또보고 감동하고 좋아하고 세상 시름을 잊곤한다.
그래서 집밖의 세상이 너무 좋다.
집은 그저 잠자는 곳 편히 쉬는 곳이다.
어제는 동생과 제부와 셋이 가까운 미륵산을 휘젓고 다니고
오늘은 별다른 계획없이 집에 있으려니 좀이 쑤신다고 생각하던차에
희연샘의 전화를 받았다.
"언니 지금 뭐하세요 차한잔 같이해요 "
물론 난 날아갈듯한 말투로 대답했다
" 좋아 아주 좋아 "
그녀가 인도하는대로 간 찻집은 오늘 문을 닫았다
산림조합에서 운영하는 곳인데 월요일은 쉬는 날이였다.
발길을 그냥 돌리기 아쉬워서 같이간 샘들한테
한방 박고 가자고 했다.
익산시 산림조합에서 운영하는 녹차밭
아침도 안먹고 나온 나는 배가 몹씨 고팠는데
다른 샘들은 모두 아침밥을 먹고 나와서 배가
안고픈지 밥 먹자는 말을 안한다.
운전기사인 희연샘의 처분대로 다음 목적지인
원대 식물원으로 갔다.
이곳엔 봄이 오고 있었다.
파릇 파릇 상사화의 여린싹들이 봄이 왔다고 아우성이다
햇살 한줌 모셔다가 유리창 안으로 꼬드겨서
불려온 햇살은 꽃이 되었다.
내가 살기 위해 나는 생존수다를 떨어야한다.
이 하루를 잘살아내려면 ... 어느분의
멋진 글이 생각나는 아른아른한 봄날의 오후다.
연초록의 상사화잎들이 싱그럽다
메타세콰이어 잎들도 이젠 푸른빛으로
머리를 물들일것이고
항상 밝고 명랑한 우리 샘들 ...
또래가 참좋다
동료는 더욱더 좋다
공유할수 있는 것이 많고
대화의 공통화제거리가 너무 많다
만나면 깔깔깔 호호호 우리의 수다는 끝나지 않고
이어진다
늦은 점심으로 남촌 칼국수에서
칼국수와 만두로 허기진 배를 달래고
가까운 커피솝에서 못다한 이야기들을 다시 나눈다
지난번 앙코루와트 사진이 앨범으로 제작되어
내손에 쥐어졌다 물론 제부의 열정이 고스란이 담긴
사진책이다. 이 사진책을 보면서 샘들에게
그날 그 여행의 추억들을 소환하여 이야기했다
샘들은 모두 경청을 하였고
여행은 참 즐거운 추억이다
몇날 몇년을 두고 오래오래 그날의
감동을 이야기하면서 행복해 할수 있다
그래서 여행은 행복의 좋합선물 셋트인것이다.
오늘 또 하루 동료들과의 즐거운 추억하나
만들고 출근했다. 다시 만난 샘들과 쿨한 얼굴로
인사를 하고 일과를 시작한다.
살아있다는 것은 삶의 축복이다.
지금 이순간 당장 행복하게 살아야한다
행복을 저축하지 말고 낭비하면서 사는거다
미래의 행복도 가불해가면서 사는거다.
오늘 일기 끝
너무 시시해요 그래도 할수 없다
남들이 시시하다고 해도 난 나름대로 재미있게 잘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