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하루

1월 19일날 일기

하동댁 2019. 1. 19. 18:02









내몸에서는 똥냄새가 나는것같다

하루종일 어르신들 치닥거리를 하다보면

손에서 똥냄새가 나고

옷에도 똥물이 튀기기도 한다

오늘도 그랬다.

어르신 한분이 대변을 잘못봐서

좌약을 넣어드렸다.

그런데 아주 짧은 시간에  바지를 벗고 침대위에  대변을 다 묻히고

손에도 묻히고 침대 난간에도 온통 변이 묻었다.

침대 시트도 갈아드리고 옷도 갈아 입혀드리고

간단하게 씻겨드렸다.  어르신은 노발대발  자신을 씻겨드려도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하면서 샘들에게 폭언을 하셨다.

그려려니 한다.  치매가 있으니까 ....

얼마전 이영자가 한말이 생각난다

어머님이 생선장사를 했는데 그녀의 몸에서는

항상 생선비린내가 났다고 한다.

어릴적 콤플렉스가 열등감이되어 사람에 대한 의심을 낳게 했다고 털어놓았다

"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주변 상황도 환경도 아니었다.  나도모르게

왜곡된 내안의 열등감, 컴플렉스였다 " 고 말했다.

내몸에서 나는 어떤 냄새도 나는 향기롭다고 말할것이다.

비록 그것이 똥냄새라고 할지라도 .....

 

 

난 노년이 되면 어떤모습이 될까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나도 저런 모습으로 늙을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치매 걸릴려고 의도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 내 노년이 행복하고 건강할거라는 생각으로 사셨을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치매도 걸리고 건강은 멀리 달아났고

오랜 지병에 찾아오는 가족들도 없다.

그런 삶을  살고싶어 사는  어르신들은  한분도 없다는

사실을 나는 안다. 

 

그저 오늘 하루 물흐르듯이 산다.

산을 만나면 길을 내고

강을 만나면 다리를 놓으면 된다.

내앞에 오는 모든 걸림돌을

디딤돌로 만들면서 살면된다.

찌푸리지 않고  웃으면서 긍정의 힘으로 사는거다.

 

어제 작은애 한테서 문자가 왔다

예비사위 될  남친이 이번 카이스트 과정에 선발되었다고

축하해 달라는  기분 좋은 소식을 전해 받았다.

수업료가 2700만원 이나 하는데 회사에서 다 내주고

4개월동안 카이스트 에 들어가서 공부만 한다고 한다.

물론 월급도 다나오고 ....

딱한명 선정되었는데 그 한명에 택함을 받았다고

하면서  너무 좋은 소식을 보내왔다.

나역시  기분이 좋다

힘들게 키운 내 자식들이 나보다는 더 멋진 인생을 살기를 바란다

나보다는 꽃길을 걷고 나보다는 더 근사한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나의 바램이고 평생 소원하는 바다.  

 

물론 인생은 장거리 경주다  초반 잘나간다고  우쭐될것도 없다

마지막 노년의 삶이 그사람의 인생을 다 말하는 것이니

지금 잘나간다고 건방떨것도  지금 안된다고 실망할것도 없다.

 

하지만 오늘 하루는 참 기분좋다.

비록 어르신들의 대변을 치우면서 종일 치매든 어르신들

시중을 들지라도 난 행복하다.

내 자식의 삶이 날 행복하게 하고

내가 일이 있다는 사실도 참 행복하다.

 

주임이 아마릴리스가 핀 화분을 들고  유니트로

올라오셨다.  정열의 아마릴리스를 보니  기분이 유쾌해진다

몇송이의 꽃이 사람의 기분을  더 활기차게 만들고 업시켜준다.

꽃을 가운데 두고 사진 한장을 찍었는데 넘 늙은

내모습에  실망했지만  어쩌겠는가 나도 이제 예순살인데 ...

주어진대로 사는거다.

 

오늘은 은채가 입원한 병원에 오지 않아도 된다고

큰애가 전화를 했다.

나도 오늘은 좀 쉬고싶다.

큰애의 전화를 받고 집에서 자판을 두드리면서 하루를

마감한다.  아 ~~~  큰딸 저녁 맛있는것을 사다줘야 할까  ? 

 

이랬다 저랬다 마음이 갈대같다.

쉬고 싶기도 하고  고생하는 큰애 생각에 가야 할것도 같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