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0일 일기 - 부모마음
한차례 폭풍우가 몰아치고 지금은 잠잠해졌다. 전날 큰애가 친정 나들이를 했다. 친정이 있어서 너무 의지가 되고 좋다고 하는 우리 큰딸 !!! 난 결혼과 동시에 친정엄마가 미국으로 이민을 가셔서 친정이 없는 세월을 산 사람이기에 친정집 있는 다른 친구들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그런 맘을 알기에 난 큰애와 작은애 한테 친정엄마의 넉넉한 마음과 편안한 의지, 든든한 버팀목, 항상 의지할곳이 있고 쉴곳이 있다는 편안함을 제공하려고 노력한다. 모든일에 최우선 순위가 아이들의 부탁과 바램이다. 나이트 근무후 쉬는 시간에 큰애가 두아이를 데리고 친정나들이 나는 최선을 다해 편안한 친정집의 안락함을 제공하고 싶은 것이다.
큰애가 집에 온지 한시간도 안된 시간에 우리 큰손주가 다니는 어린이집 원장한테서 전화가 왔다. 예준이가 지금 힘이없고 계속 누워만 있고 토를 했다고 하면서 아무래도 집으로 가야할것 같다는 전화였다. 큰애의 얼굴이 상기되었다. " 엄마 예준이 데리고 병원가야 할것 같아 " " 아침에 밥을 먹는데 너무 오래도록 안씹고 입안에만 물고 있어서 내가 야단치면서 아침밥을 먹여서 보냈는데 아무래도 체한것 같어 내가 무리 했나봐 먹고 싶지 않다고 하면 안먹일것을 내가 잘못한것 같어 " " 부모맘이지 하나라도 더 먹일려고 하는것은 꼭 너의 잘못만은 아니니까 자책하지마 엄마 생각은 그래 " 라는 말로 큰애를 다독였다. 큰애는 예준이를 데릴러 어린이집으로 갔다. 그사이 작은 손주 나와 함께 있어야 했다. 그런데 요 작은 손주는 완전 우리 큰애의 껍딱지 처럼 엄마 품안에서만 노는 아이다. 그러니 갑짜기 엄마가 보이지 않으니까 대성통곡 오열을 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달래고 업어주고 안아주고 별의별짓을 다해도 작은손주의 울음은 그치지 않는다. 한참을 울다가 점심 우유먹일 시간이 되었다. 손주도 배가 고팠는지 내가 주는 우유를 어쩔수 없이 받아 먹는다. 나중에 안사실인데 둘째 손주는 아빠가 주는 우유도 한모금도 안먹는다고 한다. 그런데 내가 주는 우유를 먹었다는 사실이 신기하다고 하면서 " 은채가 엄마를 알아보나봐 " 하면서 큰애가 웃었다. 간신히 우유를 먹인후 작은애는 낮잠을 자기 시작했다.
이제야 조금 한숨을 돌리는데 큰애가 들어왔다. 사위한테 큰손주를 맡기고 친정으로 다시온것이다.
세시간후 사위랑 큰손주가 집으로 왔다. 큰손주가 힘이없다. 평소같으면 작은방 사랑이한테 가서 사랑이랑 놀고할텐데 오늘은 그저 쇼파에 누워만 있다. 힘없는 손주의 모습이 안스럽다. 저녁시간 손주가 죽만 먹어야해서 슈퍼에가서 누룽지와 바나나 이온 음료를 사서 예준이를 위해 누룽지를 끓였다. 그 누룽지를 먹고 손주는 조금 기운이 나는지 사랑이와 놀고 싶다고 하면서 사랑이 방으로 이동을 했다. 기운난 예준이를 보니 나도 어느새 기운이 펄펄 나는것 같다. 참 가족이란 이런것가보다. 함께 아프고 함께 기운이 생기고 ....
저녁시간 잠을 자는데 갑짜기 예준이가 열이나기 시작했다. 간호사인 큰딸은 금방 자식의 병상태를 알아 차린후 해열제와 체온 체크기가 필요하다고 하면서 9시반이 넘은 시간에 영등동 자신의 집을 다녀와야 겠다고 하면서 집을 나섰다. 그사이 두손주는 다시 나의 보살핌의 대상이 되었다. 다행이도 큰손주는 계속 이상한 잠꼬대를 하면서 잠에 취했고 작은 손주는 엄마 없다는 사실을 직감으로 느낀것처럼 손으로 휘적 휘적 두어번 하더니 갑짜기 또 대성통곡에 오열이 시작되었다. 다시 업고 안고 달래고 흔들고 또 업고 업은 후에야 나의 등뒤에서 울다 지쳐 잠이 들었다. 내등에서 잠든 손주를 내려놓치도 못했다. 내려놓으면 다시 깨서 엄마를 찾을까봐서 ...
50분이 지난 후에 큰애가 체온 체크기와 해열제 약을 들고 집으로 들어왔다. 등에 업은 은채를 보더니 " 엄마 힘들었지 " 하면서 얼른 받아서 내려놓았다. 잠들었던 은채가 눈을 뜨고는 엄마를 보더니 다시 흐느낀다. 그 울음은 반가움의 눈물인지 흐득 흐득 하더니 어느새 그치고 금새 엄마 껌딱지가 되어 편안한 모습으로 안정을 취한다. 이래서 자식에게 친부모는 최고인것이다.
밤에 38-39도 까지 오른 큰손주의 열은 더이상 오르지 않고 진정이 되었다. 잠든 예준이를 살포시 깨워서 얼르고 달래서 약을 토하지 않게 조심스럽게 먹이고 등에는 패드를 붙여준다. 큰딸의 정성스런 손길과 사랑 때문인지 큰손주는 긴밤 동안 열이 오르지 않고 잠을 잤다. 아침 시간 예준이가 갑짜기 배가 아프다고 하면서 칭얼대면서 울기 시작했다. " 엄마 배가 너무 아파 " "아파서 참을수가 없어 " 그소리를 들은 큰애가 사위한테 전화를 했다 " 어떻하지 병원을 다시 가야 할것 같어 최원장 진료를 받아야 할것 같아요 " 라는 말을 하면서 사위와 대화중 내가 말했다. 엄마가 병원에 예약을 해놓으면 너가 아이둘 데리고 가지 않아도 되잖아 엄마가 예약 해줄게 " 그러자 큰애는
" 엄마 힘들게 하고 싶지 않는데 " 하면서 미안한 기색이 역력하다 . " 괜찮아 엄마는 딸린 식구가 없으니까 후딱 갔다올께 예약해 놓으면 신랑 퇴근하고 같이 병원 진료 받으면 되잖아 엄마 갔다올께 " 그렇게 아동병원에 예약을 하려 집문을 나셨다.
택시를 타고아동 병원에 도착해보니 노란줄 의자에는 최원장 진료를 받는 사람들이 대기표를 받기 위해 순서대로 줄을서서 기다리는 중이다. 대기표는 8시 30분 부터 나누어 준다고 한다. 다행이 오늘이 운이 좋은날 내 앞에는 겨우 4명이 대기중이였다. 나는 얼른 딸에게 전화를 해서 상황설명을 해주었다. 9시부터 진료 시작인데 현재 우리 손주는 5번째 라는 사실을 .... 내뒤로는 나보다 나이 들어 보이는 어르신 한분이 나와 똑같이 병원 예약을 위해 오셨다고 하면서 " 여기가 최원장 진료 줄 맞아요 " 하면서 내게 묻는다 " 예 어르신 맞아요 제뒤에 순서대로 진료표 받으시면 되요 " 나처럼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손주 병원 예약을 많이 온다는 사실도 오늘 나는 처음 알았다.
예약을 해주고 집으로 왔다. 집에 오니 큰애가 두아이를 보살피면서 병원갈 준비를 해놓고 사위를 기다리고 있었다. 9시 5분 사위가 집으로 와서 네식구는 병원으로 이동했다. 나는 기도했다. 우리 큰딸 큰손주 많이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해달라고 .... 잘믿지도 않는 신을 나는 이럴때만 찾는다. 간절할때에만 .....
아무도 없는 큰딸식구 들이 모두 다 빠져나간 빈공간에 앉아서 컴으로 자판을 두드린다. 사랑이만 늘어지게 개팔자 상팔자 인듯 따뜻한 방 한쪽 구석에서 잠을 청하고 있다. 그뒤 우리 큰손주는 다행이 배안픈것이 해결되었다고 한다. 이모든것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