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충만 시
나무처럼 살수 있으면 - 법정
하동댁
2018. 11. 11. 04:52
새싹을 틔우고 잎을 펼치고 열매를 맺고
그러다가 때가 오면 훨훨 벗어 버리고 빈몸으로
겨울 하늘 아래 당당하게 서있는 나무
새들이 날아와 팔이나 품에 안겨도 그저
무심할 수 있고, 폭풍후가 휘몰아쳐 가지 하나쯤 꺾여도
끄떡없는 요지부동
곁에서 꽃을 피우고
꽃나무가 있어 나비와 벌들이 찾아가는 것을 볼지라도
시샘할 줄 모르는
의연하고 담담한 나무
한 여름이면 발치에 서늘한 그늘을
드리워 지나가는 나그네들을 쉬어 가게 하면서도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는
덕을 지닌 나무
나무처럼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것저것 복잡한 분별없이 단순하고
담백하고 무심히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