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충만 시

어느 목수의 집짓는 이야기

하동댁 2018. 9. 15. 21:32







어느 목수의 집 짓는 이야기

                                  ㅡ 황 석주


기적처럼 바다 가까운 데 있는 집을 생각하며 살았다

순서가 없는 일이었다

집터가 없을 때에 내 주머니에 있는 집


설계도를 본 사람 없어도

집 한 채가 통째로 뜨는 창은

이미 완성되어 수면에 반짝였다


나무와 야생화 돌들을 먼저 심어

밤마다 소금별들과 무선 전화를 개통해 두고

허가 받지 않은 채 파도소리를 등기했다

하루는 곰곰히 생각하다

출입문 낼 허공 엽 수국 심을 허공에서

지분을 떼 주었다


제 안의 어둠에 바짝 붙은 길고 긴 해안선을 타고

섬들을 다치지 않게 거실 안으로 들이미는 공법은

외로움에게 배웠다

물 위로 밤이 솟아오르는 시간 내내

지면에 닿지 않게 서성이는 물새들과

파도의 도서관에 대해 이야기 했다

개가식으로 정렬된 푸르고 흰 책등이

마을로 가는 징검다리가 되어줄 수 있을까

바다 코앞이지만 바다 일부를 살짝 가려둘 정도로

주인이 바다를 좋아하니

바다도 집을 좋아할 수 있도록 짓는 게 기본


순서를 생각하면 순서가 없고

준비를 해서 지으려면 준비가 없는

넓고 넓은 바닷가

현관문이 아직 먼데 신발을 벗고

맨발인 마음으로 들어가는 집

내 집터는 언제나 당신의 바닷가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