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천왕봉 (2018-27) 1부
페이스북의 절친으로 되어있는
이원규 시인은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이라는 시에서 말했다.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천왕봉의 일출을 보러 오시라
삼대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수 있으니
아무나 오지마시고
난 천왕봉의 일출은 보지 못했다
삼대가 내리 적선하지 않았으니까 ...
노고단의 구름바다에도 빠지고
원추리꽃 무리에 흑심도 품었었다
피아골의 단풍도 만났고
불일폭포의 물방망이도 맞았다.
벽소령의 눈시린 달빛보다 내리쬐는 땡볕을 맞으며
뻐마저 부스러지는 회환을 부둥켜안고
홀로 그길을 걸었었다.
연화봉의 벼랑과 고사목도 만났다.
지리산 .. 천왕봉 작년 가을 10월의 어느 멋진날
동생 내외와 함께 사부작 사부작 단풍의 터널길을 걸으면서
천왕봉의 돌부리에 입술 도장을 찍었었다.
올해 두번째 그 매끄러운 돌의 촉감이 그리워서 이른새벽
도시락을 챙겼다.
아 물론 솔직하게 말하자만 어느 지인의 말 한마디에
도전의식 이 생긴것이다.
" 그런 체력으로 천왕봉을 갈수 있겠어 "
나는 그저 대답대신 살짝 입꼬리를 올리며 웃어넘겼다.
오늘 이 천왕봉에서 내가 인증사진을 찍어야만 하는 이유가
생긴것이다. 대답 대신 그저 사진 한장이 내겐 필요한 것이다.
도전 부터가 아주 괘씸한 산행이였다.
그러나 어느 순간 잊었다.
산은 도전의 대상이 아님을 너무 잘알기에 ...
산이 나를 받아주는 것이다
산의 품속으로 내가 안기는 것이다.
몇시간이야 몇키로야 그것이 무슨 대수 겠는가
걸을수 있을때 맘껏 걸으면 된다
도중에 못가겠다고 포기만 하지 않으면 된다
산속에서 쉬지 않고 걸으면서 산이 보여주는 광대하고
스팩타클한 360도 대형 화면만 감상하면서 걷기만 하면 되는것이다
내가 할일은 감동만 하면된다.
너무 멋진 장관을 보여주는 대자연의 숨소리를 들으면서
같이 호흡만 하면 된다.
아주 가끔은 소리를 질러 자연의 위대함에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만 알리면 되는것이다.
자연과 산의 주인은
그 풍경을 바라보는 사람이라고 했다.
내가 바로 산의 주인인 것이다
감동하고 바라보고 한없이 애정어린 시선으로
마주 하고 있는 이 보잘것 없는 작은 여자가
오늘은 바로 이 지리산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산행코스는 거림에서 세석 대피소 장터목 대피소
제석봉을 거쳐 천왕봉으로 올라가서 중산리로 하산 한다
산행코스를 잡으면서 거림골 코스가 지리산 주능선으로 붙는
가장 짧은 계곡길이고 고도차도 심하지 않고 길상태도 좋다고 했지만
결코 만만하지 않은 길이다.
하긴 어느산이 세상 만만할까 !!!!
힘든줄 알면서 산행을 한다.
힘들게 산행을 하다가
어느 한순간 모든것이 용서되는 지점이 있다.
황홀한 산그리매를 보던가
장엄한 구름바다를 만나던지 ...
정말 만나고 싶었던 야생화와 눈맞춤을 하던가
그래서 시간이 허락되면 산을 찾게 되는건지도 모른다.
천왕봉까지 거의 10키로의 길을 걸어야 한다.
그럼에도 가야 한다.
하긴 허정 대장님은 지리산 천왕봉에서 설악산 진부령까지
735키로를 걸었다고 하는데 그깟 18키로 가는거야 ..
산행이나 인생길이 참 많이 닮아있다.
산을 오르면서 항상 내 삶을 돌아보곤한다.
지금 잘살고 있는건가 ??? !!!!
줄기의 속껍질을 벗기면
하얀 국수면발처럼 보인다 하여
국수나무라고 한다.
언제봐도 오밀조밀 참 친숙하게
더불어 잘산다.
북해도교를 지나면서 일제시대의 징용을 간
우리의 선조들이 생각났다.
이다리를 지나면 다리위와 아래가 온도 차이가 심하다고 한다
그래서 이곳을 지나던 옛사람들이 이 다리를 홋가이도교 라고 불렸다고 한다.
지구상 육지에서 최초로 출현된 식물종이며
현재까지도 생존하고 있는 거의 유일한 식물 이끼
강인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지구의 탄생후 수많은 극심한 변화 속에서도
이끼는 살아남았다.
수많은 조릿대 터널을 걸었건만
처음으로 꽃을 만났다
어찌나 반갑던지 ... 그런데 촛점이 안맞는다.
꽃말은 외유내강이다.
큰뱀부꽃
어린순을 나물로 먹는다
한방에서는 식물체 전체를 약재로 쓴다
세석 대피소
뿌리에서 나는 특이하고
강한 냄새가 쥐오줌과 같다고 해서
이 식물 이름이 쥐오줌풀이다
요렇게 이쁜데 쥐오줌풀이라고 부르는것이
좀 애석하다. 이쁜 이름으로 다시 작명 지어주고 싶은 꽃이다.
이해인 수녀님이 개불알꽃을 봄까치풀로 지으신 것처럼
그러나 내겐 그런 엄청난 내공은 없다.
그저 이풀을 보면서 어쩌면 이 꽃이 내맘과 같을 거라는
생각은 하곤한다.
고사목이 어쩜 이리도 아름다운지.
이 고사목이 있는 위치 때문일것이다.
금마타리
꽃말은 잴수 없는 사랑 이다.
이 산우님의 젊음이 무척이나 부러웠다.
거대한 배낭과 검게 그을린 피부
모자 베낭 바지색 절묘하게 매치되어 있다.
부러우면 진다고 했지 나도 해봐야지 저런 포즈로 ...
그런데 주변에 회원분들이 안계신다.
처음만난 산우님한테 부탁을 드린후 사진몇장을 건졌다
내가 좋아하는 뒷모습
이사진 찍어주신분 감사합니다
삼대가 복을 받을겁니다
그저 햇볕 바라기를 하면서 오래도록 머무르고 싶던 길 ...
그길위에 내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