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충만 시

첫눈 오는날 만나자 - 정호승

하동댁 2018. 2. 3. 09:26

 





 첫눈 오는날 만나자

                                                정 호승

첫눈 오는날 만나자

어머니가 싸리비짜리로 쓸어놓은 눈길을 걸어

누구의 발자국 하나 찍히지 않은 순백의 골목을 지나

새들의 발자국같은 흰 발자국을 남기며

첫눈 오는날 만나기로한 사람을 만나러 가자

 

팔장을 끼고 더러 눈길에 미끄러지기도 하면서

가난한 아저씨가 연탄 화덕앞에 쭈그리고 앉아

목장갑낀 손으로 구워놓은 군밤도 사먹기도 하면서

첫눈 오는날 만나기로한 사람을 만나

눈물이 나도록 웃으며 눈길을 걸어가자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눈을 기다린다

첫눈을 기다리는 사람들만이 첫눈같은 세상이 오기를 기다린다

아직도 첫눈 오는날 만나자고 약속하는 사람들 때문에

첫눈은 내린다

 

세상에 눈이 내린다는 것과

눈내리는 거리를 걸을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축복인가

첫눈 오는날 만나자

첫눈 오는날 만나기로한 사람을 만나

커피를 마시고 눈내리는 기차역 부근을 서성거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