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의 점심
큰애 한테서 전화가 왔다
" 엄마 저 엄마가 해준 갈비가 먹고 싶어요 "
" 그래 엄마가 내일 야간 근무니까 내일 갈비해서 가지고갈께 "
난 퇴근하면서 갈비 세근하고 사과 한봉지 양파 당근 파푸리카 버섯을 사서 장을 보고
집으로 들어와서 큰애 먹일 갈비를 만들기 시작했다. 지금 큰애는 둘째를 임신중이다.
임신중에는 입덫 하면서 먹고싶은 것이 많아진다. 문득 내가 큰애를 가졌을때가 생각났다
애들 아빠와 결혼을 했지만 아슬아슬한 생활을 이어가던중 내 뱃속에 큰애가 들어섰다.
집에 안들어오는 날이 많아지고 회사도 무단결근하면서 돈벌이도 안하던 남편은 어느날 부터
아예 집에 들어오지 않고 출판사 경리를 하던 여자와 바람이 났다. 그 사실을 확인하던날
난 오히려 홀가분했다. 그래 차라리 잘된일인지도 몰라 나대신 그 젊은 여자가 고생하겠네
내 짐을대신 그녀가 짊어젔다는 생각을 하면서 뱃속의 아이를 어떻게 할지 고민을 잠깐했었다
그러나 이 아이는 어쩌면 내 삶의 또다른 기쁨이 되고 희망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뱃속의
아이를 기쁨으로 받아들였다. 현실은 녹녹치 않았다. 매일 먹고 싶은것이 많은데
내 주머니는 언제나 먼지뿐이였다. 집앞 슈퍼에서 외상을 주던 시절에 나는 간단히 요기 거리를
외상으로 가지고 와서 내 배고픔을 달려고 어쩌다 딸 생각에 운전하다가 달려오시는 엄마의
노란 개인택시를 하염없이 기다리곤 했었다. 이틀을 먹을것이 없어서 굶기도 하고 중국집에
전화릃 해서 음식을 시킨후 맛있게 먹은후 돈이 없다고 다음에 주겠다는 그런 황당한 상황도
연출하면서 하루 하루를 견디었다. 그러던 어느날 앞집 여자가 우리집을 노크했다.
" 우리 엄마가 농사지으신 것인데 많아서 무우인데 드실래요 ! "
" 어머나 고마워요 한나 엄마 " 난 무우 아니라 그 어떤것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 . 굶는것이
다반사 였기에 ..... 매일 매일 그 시퍼런 무우을 깍아먹으면서 난 입덫을 달랬다.
그렇게 큰애는 나의 배고픔과 친숙해지면서 내뱃속에서 커갔다.
뱃속의 큰애를 생각하면서 난 남편에게 당한 배신과 내 굴곡진 삶의 운명들을 모두 내몫으로
받아들이면서 힘겨운 날들을 버티었다. 비오던 어느날 집앞 통닭집에서 통닭 튀기는 냄새가
내코로 들어왔다. 먹고싶었다 돈은 한푼도 없는데 ... 통닭집 앞에서 서성거리면서 통닭 튀기는
냄새를 맡으면서 먹은것처럼 상상을 하기도했었다. 그렇게 많은 날들을 보내고 난 큰애를 내품에
안았다. 그런큰애가 벌써 둘째를 임신한것이다. 난 친정엄마가 되었고 ,..
내 엄마가 내게 했드시 나도 우리딸에게 기댈 언덕이 되고있다.
입덫 하면서 먹고 싶다고 하는것은 무엇이든지 만들어주고 싶다 비록 못하는 솜씨라고 해도
점심시간 큰애랑 점심밥상을 마주했다.
" 엄마 정말 행복해 우리 예준이도 건강하게 잘크고 예준 아빠도 둘째 가졌다고 평소보다 더 잘해줘 "
" 우리 딸이 행복하다고 하니 엄마도 덩달아 행복하네 "
" 우리 딸 그동안 고생했어 "
넓은 집으로 이사도 하고 월급도 50만원이나 올라서 급여도 많이 탔다고 자랑하면서 내게 용돈하라고
20만원을 내손에 쥐어준다. 엄마 갈비 만드느라고 고생했잔아 하면서 ...
젊어서 고생은 했지만 지금 난 그누구보다더 행복하다.
작은애 한테 전화가 왔다. 남자 친구가 미국에 세미나 참석하고 왔는데 선물을 많이 사가지고 왔다고
하면서 다음주에 내려갈때 가지고 온다고 한다. 내일은 남자친구를 만나는 날이라서 너무 행복하다는
말도 잊지않고 한다.
그래 뭐니 뭐니 해도 노년이 행복해야 한다.
난 누가 뭐라고 해도 자식농사는 참 찰지게 잘지은것같다
결코 용돈 20만원에 하는말은 절대 아니다.
곧 죽을것 같았던 시간도 잠시 스치는 바람이더라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간다고 죽어라 울던 시간도 바람이더라
너 아니면 세상 끝날것 같아 입술 바짝바짝 마르던 시간도 바람이더라
내일이 없는듯 물 한모금도 먹을수 없다며 신음하던 시간도 바람이더라
가슴속 깊이 엮어져있던 아픔의 추억도 바람이더라
- 고연주님의 살아보니 -
문득 어느 시인의 시가 절절하게 내 가슴을 파고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