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충만 시

오인태 시인 - 미조리 가는길 -

하동댁 2017. 3. 21. 07:01

 

 

생애의 절반은

멋모르고 살아왔고

나머지 절반은

부끄러워하며 살아갈 것이다

 

벌써 몇 번째인가

그곳에 다다르면 남는 건

늘 허망하게 돌아오는 일뿐이었다

 

노란 유채밭 너머 벌써부터

남빛으로  잔잔하게 일렁이는

앵강만,  이어 언덕길을 따라

등나무들이 연보라빛 꽃등을

밝힐 것이다

 

밝힌들, 늘 이렇게

그리움으로 몇 날의

몸살 끝에 달려가 만나는 건,

돌아오면서 주워야 할

내 사랑의 부끄러운 잔해들 뿐이었다

 

 

생애의 절반을

못모르고 사랑하며 다 보내고.

돌아보며 가슴 칠 줄 알면서

나는 또 오늘 미조리에 간다

 

- 오인태의  등뒤의 사랑 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