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악산에서
야간 근무 끝내고
동생이랑 가볍게 모악산 산행
모악산 정상에는
아직 지지 않은 상고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언손을 녹여가며
핸드폰을 눌려대는 동생
" 언니 너무 환상이야
나 처음본다 상고대 .... 오기를 너무 잘했어 "
모악산은 전라북도 대부분의 시군에서 그 웅장한자태가
바라보이는 평지 돌출산이다
모악산에서 발원한 물줄기는 한반도 최대 곡창지대인 호남평야의
젖줄 역활을 하고있어 어머니의 산으로도 불린다
고어인 '엄뫼'를 의역해서 모악이라
이름지었다 한다
오늘은 평소가던 대원사경우 수왕사로 해서
올라가는 계곡쪽으로 가지 않고
그곳은 사람이 많아서 복잡하다
로타리 에서 좌측 능선을 타고 상학 능선 쪽으로 올라가면 거의
오름길 이지만 사람이 적어 호젓한 산행을 할수있다.
또한 바위 위에서 내려다 보는 조망이 멋지다
중턱에서 먹은 찰밥에 김밥 그리고 오이지 무침
동생과 함깨라서 더욱더 맛있다.
겨울산행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따끈따끈한 커피 한모금이 입안을
넘어가는 순간일것이다.
한모금의 커피를 입안 가득넣고
커피 향을 음미하면서
눈앞에 펼처진 산그리매를 바라보는 순간
바로 그순간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그 순간에 동생과 함께 할수 있다는 것은
더더욱 금상첨화인 것이다.
모악산의 골짜기는 숲이 울창하고 계곡이 깊지만
정상에 가까울수록 잡목류가 무성한 형태를 보인다
정상에 올라서면 전주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고
남으로는 내장산
서쪽으로는 변산반도가 바라보인다
동생의 모습이 마냥 행복해 보인다
점심을 먹는 그 자리 앞의 소나무 가지위에 앉은 새
오래도록 우리 앞에서 날아가지 않고
우리를 바라본다.
마치 나에게도 음식을 달라는 행동처럼 보였다.
과일을 가져갔으면 나누어 먹고 싶었건만
새가 먹을 만한 음식이 없는것이 아쉬웠다.
점심을 먹은 자리
동생과 나는 이곳을 앞으로 우리
아지트로 삼자고 했다.
다음 산행에서도 ....
모악산의 정상 아래 막걸리를 파는 간이주막
이곳에서 커피 한잔을 천원씩 주고 마셨다
준비해간 커피를 다마셔서 ....
다음에는 커피 믹스 많이 가지고 가야지
송신소 탑 올라가는 철계단 앞에서
맞이한 상고대 ...
하늘에 수천개의 은색 보석들이
자석처럼 떨어지지 않고
나무가지에 달려있다
마치 우리를 기다렸다는듯이 ....
동생은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느라고
손이 꽁꽁 얼었다.
그럼에도 연신 핸폰으로 사진 찍느라고 바쁘다
빨갛게 언손으로 연신
사진을 찍는 사랑스런 동생
물푸레나무는
물에 담근 가지가
그 물, 파르스름하게 물들인다고 해서
물푸레나무라지요
가지가 물을 파르스름 물들이는 건지
물이 가지를 파르스름 물올리는 건지
그건 잘모르지만
물푸레 나무를 생각하는 저녁 어스럼
어쩌면 물푸레나무는 저푸른 어스름을
닮았을지 몰라 나이 마흔이 다 되도록
부끄럽게도 아직 한번도 본 적 없는
물푸레나무. 그 파르스름한 빛은 어디서 오는 건지
물 속에서 물이 오른 물푸레나무
그 파르스름한 빛깔이 보고 싶습니다.
김태정 시인의 물푸레 나무의 한 귀절이 생각나는
봄빛이다.
하산 하는길에 대원사 돌담위에서 마주친 다람쥐
동생과의 추억이 많이 있는 대원사
봄날 벚꽃이 피던 날에도
눈이 소복히 쌓인 겨울 한낮의 추억도
추억을 되새기면서 이야기 할수 있는것도
축복이다.
삶이 위대하고 아름다운 이유는
매일 매일 일어나는 작은일들 때문이라는것
하느님도 여러날 걸린일을 우리는 하루 걸려 하려 든다는것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은 시간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것
우리 모두는 다 산꼭대기에서 살고 싶어하지만
행복은 그 산을 올라 갈때 라는것
장영희 교수님의 글이 생각나는 햇빛 찬란한
겨울의 어느 한날 모악산을 내려선다.
살아있음에 걸을수 있음에 감사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