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정보와 리뷰

[스크랩] 그 해 여름 갑자기 (엔블록) 15

하동댁 2010. 7. 21. 09:42

 

 

 

 

 

 

 

 

 

 

말기 유방암 여성이 되찾은 사랑과 행복의 긴 여정

하지만 파랑새는 너무 가까이 있었다

 

메스처럼 냉혹한 현대의학과 문명으로부터

여성성과 생명을 지킬 주인공의 지혜롭고 용기 있는 선택!

 

 

그녀는 양 젖가슴을 모두 절제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유방암 선고를 받는다. 남자친구마저 곧 여성으로서의 상징을 상실할 자신을

떠나자 그녀는 삶의 질과 생명을 담보하지 못하는 병원의 치료와 수술마저 단념한 채 차라리 종양이 퍼지는 속도로 천천히 죽어가기로 결심한다. 미래가 없는 외로움과 절망 속에 살아가던 여름,

그녀 앞에 뜻밖에도 다시는 올 수 없다고 믿었던 새로운 사랑이 찾아오는데……

 

 

 

젖가슴은 생명과 모성, 여성성 그 이상의 것이다

유방암으로 인해 여성의 상징과 기능을 상실하고 실의에 빠지거나 3대 요법(화학약물과 방사선 치료, 수술) 후에도 치료의 실패로 삶을 포기해야 하는 유방암 여성들을 지켜보면 안타깝다. 이 책은 획일적인 단순 병리학 차원에서만 다뤄온 유방암을 개인적이며 구체적이며, 여성의 당사자의 삶의 질과 건강, 생명력의 차원에서 모색하고 있다. 단지 생명 유지나 가시적인 치료의 차원이 아닌 환자 여성의 입장과 내면의 이해를 바탕으로 여성의 주요 신체와 그것의 생명적 역할, 여성성을 다루고 있다.

현재 유방암 치료로 당연시되는 획일적이고 무차별적인 수술법들에선 여성에 대한 진실한 배려나 환자와의 소통, 생명에 대한 경외심, 인간적인 요소 등은 기대할 수 없는 것 같다. 본래의 젖가슴의 상실은 개성과 자아의 상실감으로 이어지며, 수술 이후의 여성으로서의 섬세한 개별적 구체적 삶의 질이나 건강, 감각, 자존감 등은 미용 상 다른 조직으로부터 채워진 가슴이나 ‘대량생산체제’의 인공 가슴을 선물 받는 차원에서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엔 양젖가슴 모두에 암이 퍼졌지만 ‘암으로 죽는 대다수의 사람이 암 자체보다는 잘못된 대응 치료로 결국 죽음에 이른다’는 사실을 깨닫고, 병원의 치료나 절제술에 전혀 의지하지 않고 대안적 방법을 통해 스스로 유방암을 완치한 여성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삶의 질이나 암생존율을 온전히 담보하지 못한 채, 불완전한 생존율과 외양적 보존에만 치중하는 현재의 유방암 치료에 대해 의문을 던진다. 여성으로서 여러 의미와 상징을 지니며 매우 민감한 유방의 암 수술이 반드시 필요할까, 매스컴이나 의학 프로그램 등에서 당연시하는 치료와 절제술이 정말 최선의 치료법일까….

하나의 병에 하나의 치료법만이 존재하는 것처럼 조장되는 것은 의료 선택의 기회를 뺏는 것이며 환자의 권익과 생명, 삶의 질의 측면에서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이다. 하지만 여전히 대다수 환자들은 오히려 기능을 떨어뜨리거나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야 하거나 장기적 면역력의 약화로 생존율을 떨어뜨릴 소지가 다분한 불필요한 수술들에 노출돼 있다. 한 개인에게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수술은 의료 시스템 상의 일방적 강요가 아닌 환자 자신의 선택여야 한다. 수술 자체보다는 이후의 삶이 더 길고 중요하기 때문이다.

 

 

완벽한 기능으로서의 신체의 자유와 행복, 생명성의 회복에 관한 이야기

이 소설이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몸의 완벽한 기능이 선사하는 축복과 찬사에 대한 것이다. 자신도 여태 몰랐던 자신의 몸에 대한 남녀 각자의 이해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몸과 그것이 지닌 자유와 생명성 회복에 대한 이해는 두 남녀가 마지막 장면에서 한밤중 나체로 왈츠를 추는 모습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오랜 동안 상실과 비밀에 싸여 있었던 각자의 몸은 한사리 그믐밤의 밀물처럼 피가 뛰놀며 생명력을 찾고 ‘부풀어 오른다.’

 

 

세월을 초월한 한 남자와 두 자매의 사랑

이 소설은 오래 전 언니가 실패했던 한 남자와의 사랑을 세월이 흐른 후 동생이 마침내 완성하는 이상한 구조를 띠고 있다. 여성은 여성으로서의, 남성은 남성으로서의 육체적 정신적 상실을 겪은 남녀들의 에로틱하면서도 영혼적인 사랑의 탐구는 이 소설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문학이 금기시해온 소재들에 대한 과감한 문학적 도전

페티시즘, 브와이에, 청소년기의 동성애, 독특한 성적 편향과 취향, 성적억압이 빗어낸 빗나간 소유욕과 욕망…, 인간의 추함과 아름다움, 대중적인 요소와 지성적 요소 등이 어우러진 묘한 작품이다. 한국문학계의 그 어떤 작가도 이렇게 치밀하게, 그리고 완벽한 소설적 구성을 가지고 성을 이야기하고 상징화할 수는 없을 것이다. 김영하나 장정일이라 할지라도.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주제를 표현하는 방식이 숨겨지고 예정돼 있으며, 진실로 말하고자 하는 의미는 작품의 전체적 구성으로 마침내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로테스크한 소재와 숨 막히는 서스펜스, 한여름 그 어떤 아이스크림보다 오싹한 시적 긴박감

이 소설은 외딴 장소에서 벌어지는 두 여자와 한 남자의 애욕과 일탈적 사랑과 증오, 욕망을 향한 모의를 그린 D.H. 로렌스의 <The Fox>와 비슷한 설정을 하고 있다. 두 자매와 한 남자에 얽힌 기묘한 사랑과 어느 한적한 바닷가에서 벌어지는 의문의 사건들을 소재로 하고 있는 이 소설은 또한 서스펜스의 거장 윌리엄 아이리시의 추리문학을 떠올리게 한다. 아이리시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치열함과 시적 긴박감, 삶에 존재하는 섬뜩함 등이 나타나면서도 그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루이 페르디낭 셀린의 비속한 요소들 또한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이 소설은 지금껏 어떤 추리소설에서도 시도되지 않았던 양식 가운데 하나를 분명히 파괴하고 있으며, 언급한 어떤 외국 작가나 작품들과도 유사하지 않다. 한국문학과는 더욱더 닮지 않았으며, 우리 문학 가운데 이런 작품은 결코 존재하지도 않았다. 작가는 “문학이 아닌 괴물과 마주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곤 했다”고 고백했다. 그건 이 작품이 지금까지의 그 어떤 장르에도 속하지 않는, 작가 자신에게도 전혀 낯선 작품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도저히 결합할 수 없는 불가능한 소재들의 결합이 독특한 이미지를 낳는 결과가 됐다. 이 소설은 예술계의 학 특성인 장르적 혼합과 간(間)텍스트성 등이 어느 작품보다 강도 높고 묘하게 어우러져 어디로 의미가 분화할지 짐작할 수 없게 한다. 실험적 요소들의 결합이 수많은 해석과 파장과 폭발력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장르적 영향력뿐만 아니라 예술가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는 작품이 될 것이 틀림없다.

 

 

 

독특한 미스터리 로맨스 소설의 설정, 주제를 에돌아 표현한 문학으로서의 흥미

일부러 텔레비전 드라마를 가장한 듯한 독특한 미스터리 로맨스 소설의 설정은 그것을 따라가며 읽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사랑과 희망을 단념한 여성에게 사랑이 찾아오는 역설적인 환경에 봉착하면서, 그리고 그 사랑마저 방해를 받는 안타깝고 특이한 상황 한가운데에서도, 자신의 삶을 통째로 바꿔놓았던 병의 원인과 실체를 우연히 발견하게 된다. 여름에 찾아온 우연한 사건으로 인해 주인공이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법을 발견하고 이를 통해 치료하려는 노력은 한 개인의 희망에 찬 삶의 모색의 과정이다. 그러므로 이 책의 탐구와 시도는 병뿐만 아니라 삶 자체에 대한 치유와 발견의 과정이며, 암과 질병에 대한 마인드에 관한 것이다.

 

 

차례

1장 잃어버린 낙원의 아득한 추억

2장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

3장 우리 안의 메스

4장 새로 찾은 낙원

작가의 말_“젖가슴은 잃어버린 낙원의 아득한 추억이다(좋은꿈, 다음 블로거)

 

 

본문

“자연의학에 열린 마음을 가진 경사님 덕분에 저는 중국 대륙과도 바꾸지 않을 제 가슴을 지키게 되었잖아요.”

_주인공의 대화중에서

 

 

차우모완

국문학과 항공기계공학 관련 분야를 전공하고 한 문화재단과 신문사가 공동 주최하는 문학공모전에 소설이 당선돼 문단에 나왔다. 회사를 운영하는 틈틈이 글을 쓰고 있다. 아트디렉터이자 재즈, 라틴댄스, 와인 애호가, 지중해식 바다요리 애호가에 경비행기 팬이며, 자연의학을 깊이 체득한 바 있는 그는 신들도 질투할 우리의 건강한 육체가 줄 수 있는 다양하고 기쁜 감각들을 망설임 없이 즐기며 살아가고 있다. 종이에 아크릭을 사용해 이 책의 표지 일러스트를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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