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충만 시
절망이 깊을때면 -- 김문호
하동댁
2016. 7. 30. 22:09
절망이 깊을때면
김문호
절망이 깊을때면
손을 내어 밀어봐
덩굴손이라는게 있어
나팔꽃, 담쟁이, 심지어
호박꽃도 이 덩굴손이 있지
덩굴손은
갓난둥이 손처럼 여리지만
한 번 쥔 것을 절대 놓지 않아
그래서, 마침내
죽은 나무의 꼭대기에서도
꽃을 피우지. 어쩌면
살아있다는 것은 이와 같은
처절한 몸부림인지도 몰라
어느곳엔가, 손을 내어 밀면
잡히는게 있을거야, 설령
썩은 고목의 등줄기라도, 나의
체중을 실어 버티어준다면
그것은 버팀목이지, 결코
초라하게 내버려진
썩은 동아줄은 아닐 것이야,
절망이 깊을때면
그리하여 손을 내어 밀면, 분명
어느즈음에 잡히는게 있을거야
죽은 나무의 꼭대기에도
꽃을 피워봐. 활짝 꽃을 피워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