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충만 시 [스크랩] 봄이 오면 나는 / 이해인 하동댁 2016. 4. 11. 19:49 봄이 오면 나는이해인봄이 오면 나는활짝 피어나기 전에조금씩 고운 기침을 하는 꽃나무들 옆에서덩달아 봄앓이를 하고 싶다. 살아 있음의 향기를온몸으로 피워 올리는 꽃나무와 함께나도 기쁨의 잔기침을 하며조용히 깨어나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햇볕이 잘 드는 안뜰에작은 꽃밭을 일구어 꽃씨를 뿌리고 싶다. 손에 쥐면 금방 날아갈 듯한가벼운 꽃씨들을 조심스레 다루면서흙냄새 가득한 꽃밭에 고운 마음으로고운 꽃씨를 뿌리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매일 새소리를 듣고 싶다. 산에서, 바다에서, 정원에서고운 목청 돋우는 새들의 지저귐으로봄을 제일 먼저 느끼게 되는나는 새들의 이야기를 해독해서밝고 맑은 시를 쓰는 새의 시인이 되고 싶다. 바쁘고 힘든 삶의 무게에도짓눌리지 않고 가볍게 날아다닐 수 있는자유의 은빛 날개 하나를내 영혼에 달아주고 싶다. 봄이 오면 조금은 들뜨게 되는마음도 너무 걱정하지 말고더욱 기쁘고 명랑하게 노래하는새가 되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이슬비를 맞고 싶다.어릴 적에 항상 우산을 함께쓰고 다니던 소꼽동무를 불러내어나란이 봄비를 맞으며 봄비 같은이야기를 속삭이고 싶다. 꽃과 나무에 생기를 더해주고아기의 미소처럼 사랑스럽게내 마음에 내리는 봄비,누가 내게 봄에 낳은 여자 아이의이름을 지어 달라고 하면 서슴없이'봄비' '단비'라고 하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풀향기 가득한 잔디밭에서어린 시절 즐겨 부르던 동요를 부르며흰구름과 나비를 바라보는 아이가 되고 싶다. 함께 산나물을 캐러 다니던동무의 이름을 불러보고 싶고,친하면서도 가끔은 꽃샘바람 같은질투의 눈길을 보내 오던소녀시절의 친구들도 보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우체국에 가서 새 우표를 사고답장을 미루어 둔 친구에게다만 몇 줄이라도 진달래빛 사연을적어 보내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모양이 예쁜 바구니를 모으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솔방울, 도토리,조가비, 리본, 읽다가 만 책,바구니에 담을 꽃과 사탕과 부활달걀,믿음과 희망과 사랑의 선물들을정성껏 준비하며바쁘고도 기쁜 새봄을 맞고 싶다. 사계절이 다 좋지만봄에는 꽃들이 너무 많아 어지럼증이 나고마음이 모아지지 않아 봄은힘들다고 말했던 나도 이젠 갈수록 봄이좋아지고 나이를 먹어도첫사랑에 눈뜬 소녀처럼 가슴이 설렌다. 봄이 오면 나는물방울무늬의 옆치마를 입고 싶다. 유리창을 맑게 닦아하늘과 나무가 잘 보이게 하고또 하나의 창문을 마음에 달고 싶다.먼지를 털어낸 나의 창가엔내가 좋아하는 화가가 그린 꽃밭,구름 연못을 걸어 두고,구석진 자리 한곳에는 앙증스런 꽃삽도한 개 걸어 두었다가 꽃밭을손질할 때 들고 나가야겠다. 조그만 꽃삽을 들고꽃의 얼굴을 들여다보며그 아름다운 음성에 귀를 기울이노라면나는 멀리 봄나들이를 떠나지 않고서도행복한 꽃 마음의 여인부드럽고 따뜻한 봄 마음의 여인이되어 있을 것이다.♬ 이선희 - 라일락이질때 출처 : bogdoll486글쓴이 : 복돌사랑 원글보기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