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양사 고불매를 만나던날
꽃들이 만발하고 손짓하면서 나를 오라고 부른다.
" 이경희 너 어디서 뭐해 알았어 지금 일어서고 있어 조금만 기달려 "
" 기차 타고 버스 타고 달려갈께 " 아침 일찍 익산역으로 달려간다.
혼자는 외롭다. 근무표를 보니 가장 친한 동료가 나이트 근무 들어간다 그사이 가까운 백양사의 고불매를 보면 되겠지
" 순희야 백양사 갈려면 9시 30분까지 익산역으로 나와 "
" 너랑 나랑 봄소풍 가자 "
" 알았어 기달려 "
백양사는 내가 자주 가는 곳이다. 일단 기차요금이 저렴하고 역하고 버스 터미날이
3분거리다. 백양사 들어가는 버스가 한시간에 한대 라서 조금 시간간격이 있지만 그래도 그정도는 얼마든지 참고 기달린만하다.
11시 백양사 들어가는 버스에 올랐다. 장성호의 물길이 햇볕에 은빛 보석들을 수없이 헤처놓았다.
" 순희야 저기좀 봐 "
" 너무 아름답지 ... "
" 응 좋아 바람도 좋고 "
백양사 경내에 들어서니 어디선가 그윽한 꽃향기가 난다. 프랜카드에는 고불매향에 취하던날 이라고
적혀있었지만 이향기는 절대로 매화향은 아니다. 천리에서도 맡을수 있다는 천리향 향기가
바람을 타고 우리 두사람을 맞이한다.
" 순희야 이향기는 매화향은 아니야
천리향 향이란다. "
" 그래 난 매화향인줄 알았어 "
사진작가들이 커다란 사진기에 연신 고불매를 담는다. 난 그저 셔터만 누르는 수준
이 멋진 장관을 멋있게 담을수 없는 것이 조금 속상하지만 어쩌겠는가 실력이 부족하니까 ...
그저 눈으로 감상하고 머리속에 입력하고.. 고불매를 보고 돌아서는길 경내의 활짝핀 천리향 향을 다시 한번 맡아본다
난 뒤끝 있는 여자인지.. 왜 자꾸 매화향인지 천리향인지 확인을 하는지
나도 나를 모르겠다. 뭔들 어쩐가 ? 향기라는 것에는 두말이 필요없건만 ...
장성 백양사 고불매는 수령 350년 나무 높이 6,3 미터 2007년 10월 8일에
천연기념물 제 486호로 지정되었다
이 매화나무는 매년 3월 말경에 연분홍빛 꽃을 피우는 홍매이며 꽃색깔이
아름답고 향기가 은은하며 산사의 정취를 돋운다
홍매 꽃색깔도 좋치만 향이 짙어서 한그루의 매화나무가 경내를 매화향내로 가득채운다
아래부터 셋으로 갈라진 줄기 뻗음은 고목의 품위를 그대로 갖고 있으며
모양도 깔끔하여 매화나무의 기품이 살아있다
1700년경부터 스님들은 이곳에설 북쪽으로 100미터 떨어진 옛 백양사 앞뜰에다 여러그루의
매화나무를 심고 가꾸어왔다. 1863년 사찰을 현재의 위치로 옮겨 지을때
그때까지 살아남은 홍매와 백매 한 그루씩 같이 옮겨 심였다.
그러나 백매는 죽고 지금의 홍매 한그루만 살아남았다.
1947년 부처님의 원래의 가르침을 기리자는 뜻으로 백양사
고불총림을 결성하면서 이 매화나무를 고불매 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부르게 되었다
연분훙의 매화는 대웅전 정면을 바로볼때
오른쪽에 있는 우화루 옆에서 자라고 있다
가지마다 꽃이 유난히 많이 붙어 탐스럽다
꽃이 비처럼 내린다는 뜻을 가진 우화루 곁의 이 매화는
유독 향기가 짙어 한그루 만으로도
온 절집을 매화향기로 가득 채우기에 부족함이 없다 .
절집의 향기가 이 매화향 이였나 ?
천리향 아닌가 ?
모르겠다. 천리향도 경내에 가득피었으니 ....
백양사는 백제 무왕때 백암사로 개칭하였고 고려 시대 덕종 때
중연선사가 중창한 후 정토사로 불렸다
그런데 조선시대 선조 임금 때 환양 선사가 영천암에서
금강경을 설법하는데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고 한다
법회 3일째 되던날 하얀 양이 내려와 스님의 설법을 들었고
7일간 계속 되는 법회가 끝난날 밤 스님의 꿈에 하얀 양이 나타나
" 나는 천상에서 죄를 짓고 양으로 변했는데 이제 스님의 설법을 듣고 다시 환생하여
천국으로 가게 되었다 " 며 절을 하였다고 한다
그 다음날 영천암 아래에 하얀양이 죽어 있었는데 이를 본
사찰에서 그후 절의 이름을 백양사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약사암에서 영천굴 올라가는 길
고불매를 보고 가볍게 산행을 했다
가까운 약사암과 백학봉으로 ...
산위에서 내려다보는 조망에 푹 빠져있었다.
항아리 마다 무엇이 담아있을까
마침 햇살에 항아리 뚜껑을 열기위해
보살님 한분이 나오셨다
" 그항아리에 무엇이 담아 있어요 "
" 여기에 간장이 있어요 "
" 참 좋은데 사시네요 "
" 우리 사위가 이곳 주지스님을 잘알아요 그래서
여기서 공양을 책임지고 있어요 "
" 그런데 한국분 아니세요 발음이 .. "
" 조선족 입니다 "
" 저 부탁이 있는데 커피 한잔 마실수 있어요 "
" 예 이리 오세요 "
정성이 가득 들어간 커피 한잔을
산아래 조망을 보면서
친구와 함께 마시는 이맛
표현이 불가능하다.
내 무딘 언어로는 .....
[신정호님 사진 ]
커피 한잔을 마시고 영천굴로 오르는 산길
구불 구불 더덜길이다.
양지바른곳에 현호색이 신비의 보랏빛으로
햇볕 바라기를 하고
돌틈에 앙증맞은 제비꽃과 별꽃
입구에서 만난 변산바람꽃
친구에게 꽃이름을 가르쳐주니
식물 박사라고 하면서 나를 추켜세워준다
눈꼽만큼 작은 " 나도물통이 꽃 "
별을 품고 있었던 것처럼 오물오물 한 모습이 정겹다
집중하지 않고는 보이지 않는
눈을 바닥에 마주 대야지만 볼수 있는 나도 물통이 꽃
너무 작아서 사진을 못찍었는데 페북에서 사진 한장을 구했다.
아래의 조망 사진을 찍었어야 했는데 ..
커피 마시러 가면서 깜박하고 ...
이 정신머리로 무엇을 할까
나중에야 알았다. 백양사 전경 사진을 찍을수있었는데 ...
항아리 속의 간장처럼 세월에 곰삭아서
햇볕, 바람, 공기 를 모두 다 받으면서 숙성되어지드시
나도 세상 모진 풍파 온몸으로 다 받아들이면서
익어가는거다.
잘 익어가면 된다.
바람도 불어오고
동료랑 함께 도란 도란 이야기 꽃도 피우고
" 경희야 나 백양사 많이 왔는데 그저 절만 구경하고 갔는데
이렇게 멋진 곳이 있었네 .. "
" 고마워 나랑 같이 와줘서 "
좋아하는 친구를 보니 나도 덩달아 더 좋다.
힘들고 우울했던 어제의 일들
모두 훌훌 털어버리고
산속의 맑은 공기 시원한 바람
멋진 조망 달달한 커피 한잔
적당한 운동 , 산에서 먹는 간식,
아 좋다. 그저 무거운 삶의 무게 다 내려놓고
훌훌 가볍게 내려가자 .
금중 가장 소중하다는 지금
오늘 방금 바로 내옆에 있는 사람과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오늘의 행복지수는 100점 만점에 100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