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충만 시

[스크랩] 한 잎의 女子/오규원 (낭송: 단이)

하동댁 2016. 3. 18. 20:27


     

    한 잎의 女子  오규원

     

    나는 한 女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잎같이 쬐끄만 女子,
    그 한잎의 女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그 한잎의 솜털,
    그 한잎의 맑음,
    그 한잎의 영혼,
    그 한잎의 눈,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 듯 보일 듯한
    그 한잎의 순결과 자유를 사랑했네.

    나는 정말로 한 女子를 사랑했네.
    女子만을 가진 女子,
    女子 아닌 것은 아무것도 안 가진 女子,
    女子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女子,
    눈물 같은 女子, 슬픔 같은 女子,
    病身 같은 女子,
    詩集 같은 女子,
    영원히 나 혼자 가지는 女子,
    그래서 불행한 女子.

    그러나 누구나 영원히 가질 수 없는 女子.
    물푸레나무 그림자 같은 슬픈 女子.

     

    <왕자가 아닌 한 아이에게, 문학과지성사, 1978>

     
출처 : 풍경속 詩 한송이
글쓴이 : 시풍경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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