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충만 시

[스크랩] 묘비명 / 박남준 - 계곡리아저씨(박노신)님 시낭송(30주년 북콘서트)

하동댁 2016. 2. 9. 20:40

 

20여년의 오랜 지기의 애정과 내공이

마음에 팍 박혔습니다~ㅎ

 

 

 

 

 

묘비명

 

                                                                 박남준

 

 

   안주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바람 부는 언덕 위 한 그루

나무, 나무의 삶으로 돌아가서 새들의 보금자리와 향기로운

열매, 언젠가는 베어지고 쓰러져 누군가의 언 몸을 덥혀주

는 나무처럼

   관계 속에서 비롯된다 꽃과 나와의 관계 속에서, 새와 나

와, 별과 나와, 소나무와 나와, 숟가락과 나와의 만남과 헤

어짐과 그 인연의 관계 속에서 나는 살았다

  내 안의 나이며 내 밖의 나, 내 안의 봄과 겨울의 시간과

비바람의 날들이 있듯이 내 밖에 여름과 가을의 구름과 햇

살과 꽃들, 새들의 노래가 있다 자연으로부터 왔으며 자연

으로 돌아간다 내가 곧 자연이며 저 병들어가는 자연이 바

로 내 몸의 현재다 나를 부단히 쉬지 않는 강물로 흐르게

하는 일, 바람 부는 광야로 내모는 일

 

  한 그루 나무가 되어 돌아간 이가 여기 있다

 

 

 

2015년 9월 5일 '박남준 시인 등단 30주년 북콘서트'

- [중독자] 시집(2015) 에서

 

출처 : 박남준 詩人의 악양편지
글쓴이 : 청명한 가을(백미영)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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