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유산의 추억 (풍경)
겨울산은 안전이 최고다. 한눈을 팔거나 혼자 잘난척 산행을 하다가는 한방에 훅 갈수가 있다. 그래서 겨울산행에는 동행이 꼭 필요하다. 또한 장비도 중요하다. 아이젠, 워머, 스패치, 스틱, 장갑, 겨울 등산에는 선택이 아닌 필수인것이다. 단단
히 준비하고 덕유산 산행에 나셨다. 예전에 산을 좋아하고 잘타다가 요즘은 산에 오르지 않는 친구가 내게 자신이 쓰던 등산 장비를 주었다. 스틱이 고장 나서 하나 사야 한다고 하니까 스틱을 사주고 모자도 안쓰는 거라고 하면서 메이커 비싼 모자도 주고 워머 따뜻한 것이니 한겨울에 사용하면 목에 땀도 난다고 하면서 선뜻 내게 주었다. 그친구의 정이 듬뿍 담긴 장비들을 챙겨서 덕유산에 오른것이다. 눈꽃이나 상고대 뭐 그런 멋진 상상은 아예 하지 않았다. 왜냐면 그 전날 덕유산을 산행한 친구가 알려주었기 때문 이였다. " 언니 산에 눈 안많아요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마세요 " " 언니 그 코스로 가면 최소한 6시간 반 정도 거의 7시간 걸려요 " 라는 말까지 내게 자세하게 설명을 해준덕에 눈꽃 이나 상고대는 아예 기대도 안했다. 하지만 산은 내게 항상 애인과 같은 존재다. 눈시울 적시던 날에 환한 웃음 가득한 날에 많은 얘기로 나를 위로해 주고 언제라도 느낄수 있는 언제라도 사랑하고픈 노래 가사처럼 산은 내게 애인과 같은 존재다. 그러니 산을 등정한다든가 아니면 정복한다는 그런 말은 아예 통하지 않는다. 그저 나는 자연의 아주 작은 일부분만 그저 바라보고 느끼고 오는 정도가 된다. 산 역시 내게 자신의 전부를 내어 보이지는 않는다. 산을 오르기전에는 잠도 설친다. 오늘은 어떤 모습으로 날 설레게 할까 ? 오늘은 무슨 일들로 날 추억하게 할까 ? 전날부터 잠을 설치게 하는 마약과도 같은 산.... 오늘 그 덕유산의 모습을 난 만끽하면서 보았다. 나는 유달리 나무를 좋아한다. 신록이 우거진 여름날의 나무도 좋아하고 단풍이 아름다운 가을날의 나무도 좋아하지만 다 벗은 겨울 나무의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새삼 느끼면서 나무의 황홀한 모습에 영혼마저 달아난것 같았다. 산을 바라보고 있던 산우가 한말이 생각난다. " 여자도 말여 벗은 여자가 이쁜거여 한개도 입지 않은 모습 나무도 마찬가지지. 신록이 우거진 여름산의 나무들도 아름답지만 이렇게 겨울 나목도 참 아름답지... " 모르는 산우님의 말에 나는 안들리게 속삭였다. " 동감이요 " 이번 산행에서 나는 다시한번 나의 꼼꼼하지 못한 행동을 반성했다.
점심을 동호 오라버니와 맛있게 먹은후 주변 정리를 하면서 오라버니의 아이젠을 내가방속으로 집어넣은것을 내 아이젠으로 착각한것이다. 아이젠 없이 눈길위에서 생고생하신 오라버니를 보면서도 난 내가방속에 오라버니의 아이젠이 들어가 있다는 생각을 단 한번도 하지 못한것이다. 관광버스 안에서 내 아이젠을 넣기 위해 베낭을 여는순간 그곳에 내것이 아닌 아이젠 하나가 고이 모셔져 있는 것이다. 아뿔사 ~~~~~~~ 그러나 이미 후회해도 반성해도 소용없는일 얼른 오라버니 자리로 가서 백배 고개 숙여 사정하면서 잘못을 빌어야 했다. " 죄송해요 오라버니 이아이젠이 제 가방속에 있었어요 .. 죄송해요 " 이런 한번만이라도 내베낭을 열어보았으면 그속에서 아이젠을 발견할수 있었는데 ... 하긴 신고 있던 아이젠을 난 한번도 벗지 않고 마칠때까지 신고 있었으니 베낭을 열어볼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지금도 그때 그일을 생각하면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다. 정말 죄송합니다. 나의 실수 하나가 상대방의 생명까지도 위협할수 있는 행동이였다는것을 알기에 더욱더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 뿐이였다. 그래도 다행인것은 오라버니의 탁월한 운동신경으로 단 한번도 넘어지지 않으신것을 감사 또 감사 드린다. 만약 혹시라도 엉덩방아나 잘못 되어 다리 골절이라도 생기는 일이 벌어젔다면 그 죄책감을 어찌다 말로 다할수 있겠는가 !!!!! 다 허허 웃으시면서 용서해주신 오라버니 정말 고맙습니다.
산행 코스 : 안성 매표소 - 칠연계곡 - 동업령- 중봉 - 향적봉- 백련사 - 삼공리 주차장
시간 : 7시간 걸림
곤돌라 타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