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충만 시
[스크랩] 너를 기다리는 동안/황지우/(낭송: 단이)
하동댁
2015. 7. 7.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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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에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 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 황지우(黃芝雨 1952- )
시인. 전남 해남 출생. 198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연혁(沿革)"의 입선과
<문학과 지성>에 "대답 없는 날들을 위하여" 등을 발표하면서 등단.
출처 : 풍경속 詩 한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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