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충만 시

이순간 ㅡ 피천득

하동댁 2015. 6. 16. 10:48

 

 

이 순간 내가

별들을 쳐다본다는  것은

그 얼마나 화려한 사실인가

 

 

오래지 않아

내 귀가 흙이 된다 하더라도

이 순간 내가

제 9 교향곡을 듣는다는 것은

그 얼마나 찬란한 사실인가

 

 

그들이 나를 잊고

내 기억 속에서 그들이 없어진다 하더라도

이 순간 내가

친구들과 웃고 이야기 한다는 것은

그 얼마나 즐거운 사실인가

 

두되가 기능을 멈추고

내 손이 썩어 가는 때가 오더라도

이 순간 내가

마음 내키는 대로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은

허무도 어쩌하지 못할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