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스눕 (한국경제신문) 15
EBS 다큐프라임 인간탐구 대기획 〈당신의 성격〉 방영
사람의 성격을 꿰뚫어볼 수 있는
놀라운 통찰력을 키워주는 책!
-말콤 글래드웰, 《블링크》《아웃라이어》의 저자
스눕 Snoop [snu:p] vi. vt.
1. 기웃거리며 돌아다니다. 2. 꼬치꼬치 캐다
3. 직감을 넘어 과학적으로 상대를 읽다(by 샘 고슬링).
☞ 스눕을 하는 행위 → 스누핑(Snooping)
☞ 스눕을 하는 사람 → 스누퍼(Snooper)
☞ 스눕의 대상이 되는 사람 → 스누피(Snoopee)
컴퓨터 모니터 위에 달려 있는 싸구려 장식품들은 컴퓨터 주인에 대해 어떤 사실을 말해주고 있을까? 왜 장식품들이 모두 방문객용 의자 쪽을 향하고 있을까? 화장대 거울 위에 붙여놓은 포스트잇 이면에는 어떤 의미가 숨어 있을까?
기발하고 독특한 연구 성과로 전미 심리학회의 주목을 받고 있는 텍사스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샘 고슬링(Sam Gosling) 박사는, 지난 10년 동안 인간이 어떻게 숨겨진 자신의 내면을 외부로 투영 또는 감추려 하는지에 관해 연구했다. 이 분야의 혁신적인 연구자로서 그는 수많은 사람들의 침실과 사무실을 과학적으로 관찰하고, MP3 플레이리스트를 확인하며, 개인 블로그를 엿보는 일련의 연구를 통해, 소지품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에 대해 얼마나 많은 사실을 알아낼 수 있는지 검증해냈다. 이 연구 성과는 국내에도 알려져 〈아이의 사생활〉〈인간의 두 얼굴〉〈설득의 비밀〉로 유명한 ‘EBS 다큐프라임’〈당신의 성격〉편에서 집중적으로 조명된 바 있다.
저자인 샘 고슬링 박사는 특정 개인과 관련된 장소를 통해 개인의 성향이나 이미지를 파악할 수 있는 노하우를 다양한 사례를 들며 흥미롭게 소개한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이런 사소한 물건들을 해석해 그것들의 주인이 가진 성격, 즉 외향적인지 내성적인지, 친절한지 깐깐한지, 성실한지 나태한지, 의지가 강한지 약한지 파악해내는 방법을 알게 된다.
상대의 성격을 꿰뚫어보고 싶다는 욕구는 인간의 본능이다. 상대의 지적 수준, 취향, 성향 등을 미리 알면 보다 원활히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역으로 활용하면 상대가 나를 ‘내가 원하는 모습의 나’로 보게 할 수도 있다. 독창적인 연구와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가득한 이 책이 사람을 읽는 예리한 안목을 키워줄 것이다.
소지품이나 흔적만으로도
상대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다!
스눕, ‘척 보면 아는’ 통찰의 예술
서른세 살 김 대리가 미팅에 나갔다. ‘이 나이에 무슨 미팅’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대학 졸업 후 몇 년 만에 하는 미팅이라 설레는 마음이 없진 않다. 남녀 다섯 명이 하는 단체 미팅이다.
“학창시절의 추억을 되살리는 의미에서, 오늘은 각자 소지품을 고르는 것으로 파트너를 정할게요.”
잠시 후 테이블에 남녀 다섯 명의 소지품이 놓인다. 모두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상대측의 물건을 바라보고 있다. 김 대리 또한 어떤 것을 고를까 고민에 빠졌다.
김 대리가 만약 유능한 ‘스누퍼(snooper)’라면 여성들이 내놓은 소지품으로 자신과 가장 잘 맞는 성향의 여성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물건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김 대리가 미팅에 성공해 마음에 드는 여성을 만나서 사귀기 시작했다고 생각해보자. 시간이 갈수록 당신은 그녀의 성격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알고 싶어질 것이다. 그러면 별 탈 없이 좋은 만남을 유지해나갈 수 있을 테니까.
그러던 어느 날 김 대리는 드디어 그녀의 집에 초대받는다. 설레는 마음으로 그녀의 방을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다. 이때도 마찬가지로 김 대리가 능숙한 스누퍼라면 이때가 그녀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그녀의 집과 그녀의 방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단서들을 통해 그녀의 성격을 간파할 수 있다.
이 책 《스눕》은 당신이 유능한 스누퍼가 될 수 있는 방법은 물론, 상대가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뿌려놓은 가짜 단서들을 피해가는 방법도 설명한다. 상대가 생활하는 장소나 평소 가지고 다니는 소지품만으로도 상대의 성격을 꿰뚫어볼 수 있다. 우리 주변의 용하다는 점쟁이들은 사실 숙련된 스누퍼들이라 할 수 있다.
스누핑(snooping)은 타인이 일상 속에서 흘려놓은 수많은 단서들을 바탕으로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알아내는 기술이다. 스누핑이 적용되는 가장 일상적인 분야는 ‘프로파일링(profiling)’이라 불리는 범죄심리학이라고 할 수 있다. 얼마 전 김길태 사건을 통해서 보았듯 유능한 프로파일러는 범죄현장을 살펴보는 것만으로 범인의 구체적인 모습을 그려낸다. 심지어 과거 그가 무엇을 했으며, 현재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알 수 있다. 추리소설에 등장하는 탐정들이 아주 작은 단서에서 사건의 전말을 추리해내는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모두 스누핑이다.
일상의 행동을 통해 당신은 다양한 물리적 흔적을 남긴다. 그것이 당신이라는 사람을 나타내는 단서가 된다. 가령 책상 위에 놓인 말라붙은 빈 커피잔이, 씻기 귀찮아하는 당신의 생활방식을 알려주는 단서가 된다. 당신의 성격이 의심할 여지없이 다양한 단서들로 외부에 드러난다. 당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단서를 끊임없이 남기고 있는 것이다.
저자인 샘 고슬링 박사는 현실에서 접할 수 있는 여러 상황을 통해 타인의 성격을 읽을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이제껏 당신의 알지 못했던 제3의 심리학 세계로 눈을 열어주는 신기한 책이다. 그는 ‘침실연구’라 부르는 다년간의 성격-심리실험을 통해 사람의 성격을 ‘빅 파이브(Big 5)’, 즉 외향성․동조성․개방성․신경성․성실성의 5가지로 분류했다. 사무실이나 침실 같은 실제 생활공간과 페이스북, 트위터, 블로그와 같은 가상공간, 심지어 MP3 플레이어에 들어 있는 음악 리스트 등의 모든 흔적들을 통해 스누피(snoopee), 다시 말해 스누핑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의 성격이 빅 파이브 유형에서 어떤 쪽을 나타내는지 분석했다. 이 실험 결과는 우리가 흔히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과 비슷한 결과를 나타내기도 하고, 예상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보여주기도 한다.
스누핑을 가능케 하는 것은 일상생활에서 우리도 모르게 흘리고 다니는 수많은 단서들이다. 역으로 말하면 이런 단서들을 의도적으로 조작하면 타인들에게 자신에 대한 판단을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 수도 있다. 그러나 저자에 따르면 노련한 스누퍼들은 그런 조작을 피해 그 사람의 실체에 다가가는 방법을 알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무의식적으로 흘리는 단서들을 통해 상대방의 실체에 접근하는 심리학적 방법론이 매우 흥미롭다.
스누핑의 응용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스누핑은 CSI 과학수사대나 FBI 프로파일링 수사관들의 활동과 같은 심각한 범죄 해결이 아니더라도, 고객에 맞는 건축이나 실내장식을 디자인하는 작업까지 아무 연관성 없어 보이는 다양한 단서들을 체계적으로 종합해 고객에 맞는 성격을 새롭게 창조하는 다양한 작업에 응용될 수 있다. 고객이 어떤 사람인지 알기 위한 새롭고도 강력한 마케팅 기법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은 매우 실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샘 고슬링 박사는 이 도발적이고 재기 넘치는 책에서 자신의 연구팀이 이끌어낸 실험결과를 제시하고 이 비밀스러운 관찰학을 마스터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셜록 홈즈와 에르큘 포와르 같은 추리소설 속 명탐정이 보여주는 통찰력의 비밀을 공개하고 있다. 독창적인 연구와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가득한 이 책이 ‘사람을 읽는 예리한 안목’을 키워줄 것이다.
―본문 엿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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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에 들어서니 페덱스 소포 상자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른 것들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전형적인 소포 상자였다. 크기는 구두 상자와 비슷하지만 모양은 정사각형에 가까웠다.
이 소포 상자가 특이했던 이유는 딱 하나, 함께 배달된 범상치 않은 지시사항 때문이었다.
“열어도 좋다는 허락이 떨어질 때까지 상자를 열지 말 것.”
혹시 내가 의혹을 품을까봐 뚜껑에는 검정 잉크로 ‘열지 마시오’라는 글자가 또렷하게 찍혀 있었다. 음성사서함에 남겨진 지시사항에 따르면 미리 정해진 시간에 내가 상자를 여는 장면을 비디오로 녹화해야 했다. 나는 지시사항대로 다음날 오후 3시에 비디오카메라가 설치된 작은 방으로 상자를 가져갔다. 안으로 들어가 상자를 향해 카메라를 고정시키고 스위치를 켰다. 그리고 렌즈에 잘 잡히도록 위치를 조정하고 호주머니에서 전화번호를 적어둔 메모지를 꺼내 전화를 걸었다.
“샘 고슬링입니다. 게리라는 분과 통화하고 싶은데요.”
“연결해드리겠습니다.”
딸칵 소리가 들린 후 잠시 기다림이 이어졌다.
“게리입니다.”
“샘입니다, 준비되었습니다.”
“자, 그럼 어서 상자를 열어보시죠.”
드디어 이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보고 싶은 강렬한 호기심을 채울 수 있게 된 나는 서둘러 포장을 제거하고 상자 뚜껑을 열었다.
“안에 어떤 사람의 개인용품들이 있을 겁니다.”
게리가 설명했다. “모두 그 사람의 욕실에 있던 물건들이지요.”
나는 게리가 ‘그’ 또는 ‘그녀’라는 표현을 쓰지 않도록 매우 주의하고 있음을 눈치 챘다. 그가 이어서 말했다.
“물건들을 한 개씩 꺼내보시고, 그 물건들의 소유자에 대해 무엇을 알 수 있을지 제게 말해주시겠습니까?”
나는 물건을 하나씩 꺼냈다. 작은 튜브형 스킨 크림, 약간 긁힌 자국이 있는 음악 CD, 갈색 플라스틱 머리빗, 마지막으로 이 물건이 있던 욕실 세면대 주변이 찍힌 폴라로이드 사진이 들어 있었다. 나는 물건 주인에 대한 실마리를 찾기 위해 그것들을 하나씩 살펴본 다음 카메라를 향해 내가 추리해낸 내용을 설명했다.
“흠, 이 머리빗은 꽤 크군요. 아마도 남자 것인 듯 싶어요.”
세면대 주변을 찍은 사진이 이런 나의 추리를 뒷받침해주었다. 전반적으로 싱크대 주변은 달콤한 향내가 날 것 같은 물건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어질러지고 지저분한 정도를 봐서 남자의 욕실인 듯 보였다. 나는 머리빗 사이에 끼여 있는 머리카락이 짧고 뻣뻣하며 검은색인 데 주목했다. 아마도 아시아나 히스패닉계 사람이겠지. 사진 속 욕실 서랍장은 제대로 닫혀 있지 않았고 헤어드라이어 코드가 삐죽 튀어 나와 있었다. 튜브형 스킨 크림은 끝이 아니라 중간에서부터 눌러 짜여 있었고 뚜껑에는 찌꺼기가 딱딱하게 말라붙어 있었다. CD는 하우스 뮤직으로 구성되었는데 흔히 게이클럽에서 많이 틀어주는 장르다. 이런 정황들 그리고 그(이제 나는 물건들의 주인이 남성이라고 확신했다)가 외모에 상당히 신경을 쓴다는 점을 종합해보니 점차 일관적인 모습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몇 분 후 게리가 물었다.
“자, 이 물건들의 주인에 대해 무엇을 말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본문 11-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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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메일의 서명란은 사람들이 자기 정체성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단서가 된다. 사람들은 흔히 이메일 서명란 아래쪽에 자신의 정체성에서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내용과 관련된 경구를 삽입한다. 아래 문장은 지난 몇 년 동안 내가 수집해 온 이메일 서명의 경구들이다.
A. 개인적 관심사의 좁은 한계를 뛰어넘어 모든 인류의 공통 관심사에 다다르지 못한 사람은 아직 삶을 시작하지 않은 것이다. -마틴 루터 킹
B. 근본적인 원인을 고려하지 않은 방법으로는 결국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다.
C. 삶에는 2가지 선택이 있다: 주어진 환경과 조건을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이를 바꿔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데니스 웨이틀리
D. 당신도 알겠지만, 세상 참 좁지요. 하지만 이 세상을 전부 그려보라고 한다면 나는 결코 그걸 시도해보고 싶지는 않아요. -스티븐 라이트
E. 언제나 부정을 막아낼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허나 부정을 막아내지 못한다고 해서 그것이 부정에 굴복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엘리 위젤
F. 기본 심리학은 내 서브루틴(Subroutine, 특정 또는 다수 프로그램에서 되풀이해 사용되는 독립된 명령군-옮긴이) 중 일부입니다. -영화 〈터미네이터 3〉 중 아놀드 슈왈츠네거의 대사
G. 미래는 자신들의 아름다운 꿈을 믿는 사람들에게 달려 있다. -일리노어 루즈벨트
H. 먼저 연주를 하고 나서 무슨 곡이었는지 말해주겠소. -마일즈 데이비스
위의 이 메일 서명란에 인용된 글귀들을 보고 그 이 메일을 보낸 사람을 맞힐 수 있는지 한번 도전해보라.
1. 경찰관.
2. 인간의 행동양식 진화론에 관심이 있는 대학원생.
3. 성실한 컴퓨터 기술자.
4. 히스패닉계 연구소의 소장.
5. 풍부한 상상력과 원대한 지적 도약을 이루어낸 것으로 유명한 동물행동학 교수.
6. 우리 대학의 박사학위 과정에 합격하고 싶은 대학생.
7. 심리학 교수.
8. 상사의 부적절한 간통행위를 알리는 이 메일을 과감하게 전 직원에게 보낸 직급이 낮은 직원.
자, 여러분은 누가 위의 인용구를 사용한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했는가?
-본문 124-1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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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질문의 답을 한번 맞혀보라.
“미시시피 강의 길이는 8,000킬로미터보다 짧을까, 길까?”
그리고 이 질문에도 답해보라.
“미시시피 강은 얼마나 길까?”
내가 이 질문을 수업시간에 던졌을 때 대다수의 학생들은 (정확하게) 미시시피 강이 8,000킬로미터보다 짧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실제 길이가 얼마인지 물었을 때는 대부분이 약 5,500킬로미터 정도일 거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나는 가끔 이 질문을 약간 변형해서 이렇게 물어보기도 한다.
“미시시피 강은 800킬로미터보다 짧을까, 길까?”
“미시시피 강은 얼마나 길까?”
이번에도 대부분의 학생들은 첫 번째 질문은 잘 맞혔다. 하지만 두 번째 질문에 대한 학생들의 답은 평균 2,000킬로미터 내외로 무척 다양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사람들은 첫 번째 질문을 기준으로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을 추측한다고 한다. 비록 대부분의 사람들이 첫 번째 문제가 정답하고는 너무 거리가 먼 예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할지라도 말이다(이런 첫인상 효과가 얼마나 강력한지를 알아보려면 직접 시험해보기 바란다. 5명의 친구들에게 처음 2가지 질문을 해보고 다른 5명의 친구들에게 나중의 2가지 질문을 해본 다음 이 두 그룹의 대답이 얼마나 큰 차이가 나는지 보라).
또 다른 사례를 보자. 먼저 직접 해보고 주위의 친구들에게 실험해보자. 물론 친구들이 여러분이 뭘 하고 있는지 눈치를 채기 전에 말이다. 이제 내가 2가지 곱하기 문제를 내겠다. 하지만 답을 계산하지 말고 한 2~3초 동안 대강의 짐작만으로 즉시 대답해보자.
“1 × 2 × 3 × 4 × 5 × 6 × 7 × 8은?”
“8 × 7 × 6 × 5 × 4 × 3 × 2 × 1은?”
만약 이 문제를 함께 나란히 놓고 읽어본다면 답은 서로 같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만약 사람들이 정말 논리적인 존재들이라면 두 문제의 답은 “같다”라고 대답해야 한다. 그러나 사람은 컴퓨터처럼 순수한 논리나 광범위한 정보처리 시스템이 없는 심리적 존재다. 그렇기에 우리는 심리적인 지름길을 사용한다. 내가 우리 반 학생들에게 첫 번째 질문을 했을 때 평균적인 대답은 약 500 정도였다. 그러나 내가 숫자를 반대로 해서 질문을 하자 평균 답은 2,000이 훨씬 넘었다. 첫 번째 문제의 답보다 무려 4배나 높은 숫자다. 이번에도 역시 사람들은 처음에 나온 몇 개의 숫자를 바탕으로 추측해 대답했다. 두 번째 문제에서는 처음 3개 숫자의 곱이 336으로서 매우 높은 단위의 숫자다. 그리고 첫 번째 문제의 처음 세 숫자의 합은 6으로 매우 낮은 숫자다. 이런 식으로 처음 세 숫자를 본 직관적인 판단이 사람들이 답을 예측할 때 큰 차이를 가져오는 것이다. 양쪽 곱셈 문제 모두에서 사람들은 곱셈의 답을 실제 정답보다 훨씬 낮게 추정했다. 곱셈 문제의 답은 40,320이다(아, 그리고 미시시피 강의 길이는 3,700킬로미터다).
이런 사례들은 ‘닻 내리기’라고 불리는 법칙을 보여주고 있다. 닻 내리기, ‘사고의 기준화’라는 이 법칙은 우리가 처음 접하게 되는 정보가 그 후에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지나칠 만큼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가리킨다. 우리는 다양한 실제 생활환경 속에서 이런 사고의 기준화를 적용한다. 여러분이 100만 달러는 족히 나갈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집을 60만 달러에 팔겠다는 제안을 한다면, 아마도 여러분이 원하는 범위 안에서 협상을 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할 것이다.
-본문 306-308쪽
―지은이 및 감수자 소개
지은이 샘 고슬링Sam Gosling, Ph. D.
텍사스대학교 심리학 교수. 일찍이 미국심리학회가 젊은 과학자들의 공헌을 위한 과학상(Scientific Award for Early Career Contribution)을 수상하면서 심리학계의 기린아로 떠올랐다. 그의 연구는 《뉴욕타임스New York Times》《사이콜로지투데이Psychology Today》《NPRNational Public Radio》《굿모닝 아메리카Good Morning America》 등 유수 매체를 통해 소개되었다. 말콤 글래드웰은 베스트셀러 《블링크Blink》에서 한 장(章)을 할애해 ‘스눕’과 관련한 그의 연구를 소개한 바 있다.
감수자 황상민
서울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한 뒤 하버드대학교에서 심리학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하버드대학교 사이언스 센터와 캘리포니아대학교에서 연구활동을 했으며 현재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대한민국 사람들이 진짜 원하는 대통령》《사이버 공간에 또 다른 내가 있다》《대한민국 사이버 신인류》《너 지금 컴퓨터로 뭐하니》 등을 썼으며, 《블링크》《제7의 감각》《룩스》《내 인생의 탐나는 심리학 50》《승자의 뇌구조》《나는 어떤 사람일까》 등을 감수했다.
학자로서 그의 관심은 대중문화, 디지털 매체, 소비자 행동, 사이버 공간, 온라인게임, 광고, 이미지, 신화 등의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다. 강의와 저술활동 외에도 디지털 세상 속 소비심리와 사회현상 연구소 ‘위즈덤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 응모방법: 이 책을 읽고 싶은 이유를 적어주세요.
◆ 서평단 모집간 : 6월 15일 ~ 6월 21일
◆ 모집인원 : 15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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