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 화암사 가는길
인간세 바깥에 있는줄 알았습니다
처음에는 나를 미워하는지 턱돌아앉아 곁눈질 한번 보내오지 않았습니다
나는 그 화암사를 찾아보기로 하였습니다
세상한테 쫒기어 산속으로 도망가는게 아니라 마음이 이끈길로 가고 싶었습니다
계곡이 나오면 외나무 다리가 되고
벼랑이 막아서면 허리를 낮추었습니다
마음의 흙먼지를 잊어먹을때까지 걸으니까 산은 슬쩍 풍경의 한 귀퉁이를
보여주었습니다
구름한테 들키지 않으려고 구름속에
주축돌놓은 잘늙은절한채
그 절집 안으로 발을 들여 놓는순간
그 절집 형체도 이름도 없어지고
구름의 어깨를 치고가는 불명산 능선 한자락같은 참회가
가슴을 때리는 것이였습니다
인간의 마을에서 온 햇볕이 화암사 앞마다에
먼저 와 있었기 때문입니다
나는 세상의 뒤를 그저 쫒아다니기만 하였습니다
화암사 내사랑 찾아가는 길은 굳이 알려주지는 않으렵니다.
안도현시인의 화암사 내사랑 이라는 시입니다
이 시를 읽기 시작은 순간부터 내 머리속에는 온통 화암사 라는
단어 한글자만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그래 가보자 오늘 당장 ......
눈이 내리는 완주의 불명산 굽이 굽이 찾아 들어갔습니다
어떤 모습 이길래 안시인은 화암사 가는 길을 안알려준다고 했을까 ?
그래서 가봐야겠어 내 눈으로 확인 해야겠어 .....
같이 일하는 샘의 자가용을 얻어타고
앞유리가 전날 누군가의 소행으로 창문이 깨져서 한여름처럼 눈오는 거리를
창문을 훤히 열고 눈속의 도로를 달렸습니다.
간간히 창을 통해 들어오는 세찬 바람도 화암사를 보고야 말갰다는 의지를
꺽지 못했습니다
" 언니 괜찬아 너무 춥지않아 ? " 하는 샘의 말에 난 무조건
" 괜찬아 너무 멋있다 눈이 오고 있네 너무 낭만적이지 너무 운치있다 "
이름도 너무 이쁩니다 화암사 꽃바위 절입니다. 우화루는 꽃비 내리는 누각이고요 ..
차의 앞유리도 없고 네비도 없는 차를 타고 가면서도 우리는 서로 행복해 했습니다
눈이 온 완주의 산중의 모습은 마치 천국의 문을 열고 들어서는 곳처럼 아름답고
피안의 언덕처럼 모든 시름을 다 덜어내고 어깨의 무거운 짐도 덜어주었습니다.
" 우리가 정말 그곳을 찾아 갈수 있을까 ? "
" 언니 바닥이 눈이 와서 미끄러워 그래도 가보자 언니 모르면 물으면서 가고 ... "
완주의 경천면 저수지를 지나 가천리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이젠 조금만 더 들어가면 화암사가 나옵니다 과연 어떤 모습으로 날 마중할까 ?
산 귀퉁이를 돌아 들어가는 순간 천국행 아우토반에 도착 한것 같습니다.
단 한사람도 없는 우리만의 세상에 샘과 나 단둘이 눈꽃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세상 사는것이 녹녹치 않습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힘든 인생 여정은 나를 갈수록 피페하고
강팍하게 만들고 그 어떤것에서도 기쁨과 즐거움을 찾을수가 없는 나날들입니다.
그래서 베낭을 맵니다 그래서 산속으로 도피합니다. 그곳에서 삶의 힘든 여정들을 잊기위하여
내 사정을 모르는 이들은 나보고 다 세월 좋게 산다고 합니다. 시간나면 여행을 한다고 ....
그러나 남들이 나에게 허울좋은 듣기 좋은 소리를 하면서 비아냥도 하고 멋있게 산다고 영혼없는
소리를 다 감내 하면서도 난 도시와 멀리 떨어저 나갈때 비로소 난 자유로워집니다
눈이 내리는 산길에 까치밥으로 남겨놓은 붉은 감이 더욱더 선홍색 빛으로 빛나고
걸음 걸음이 느려집니다. 같이 근무하는 샘의 차를 얻어타고 나선 길입니다.
147개의 철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그곳에 화암사 라는 잘늙은 절한채가 나옵니다.
쉽게 지도에도 잘 나타나지 않는 작고 소박한 절입니다.
자연속에서 옛모습 그대를 간직한채 오랜 세월을 불명산 자락에 고요히 자리하고 있는 화암사
원효대사와 의상대사가 수도했다는 기록이 뚜럿한 곳으로 자연적인 지형과 조화를 이루도록한
건축양식은 선인들의 슬기를 새삼 느끼게 하고 마음을 다스리는 공간으로 부족함이 없는 작고
아담한 절입니다.
그녀의 차안으로 한겨울의 칼바람이 불어옵니다. 어쩌면 내가 감당해야하는 삶의 무게 같습니다
발은 시럽고 손도 시럽고 .... 운전하는 그녀의 손이 곱은것 같아서 내가 끼고 있던 따스한 장갑을
벗어 주었습니다. 나보다 더 추울것 같아서 .... 언제나 저사람은 나보다 더 힘들어 오죽하면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겠어 그래 도울수 있는 것도 행복한거야 그 생각 하나로 시작된 나의 연민의
감정은 벌써 칠년 이라는 세월을 나를 옭아매고 힘들게 했습니다. 열심히 성실히 산다고 인생이
풀리는 것도 아니고 룰루 랄라 띵까띵까 사는 사람은 아이러니 하게도 하는 일마다 다 잘되서 사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왜 나만 힘드냐고 왜 나한테만 이렇게 당신은 가혹하냐고 토악질 하면서
절규 해도 신은 항상 내편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힘들다고 우거지 상으로 살수는 없는일 ....
일부러 더 발악을 하면서 난 세상밖 자연속으로 들어가 위로를 받습니다.
그래 이정도도 괜찬은거야 남들은 나를 부러워하잔아 .....
새우깡 한봉지에 눈이 먼 검둥이는 우리의 뒤를 졸졸 쫒아다니면서 손을 빨고 애교를 부리며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눈이온 벌판을 뛰어다닙니다. 삶은 견디는것 입니다.
오늘 이곳을 다시 찾았습니다. 상황은 더 악화되었고 나의 믿음은 배신이라는 단어로 나를 찾아왔고 나는 온전히
세상사람들의 이야기속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다시 일어섭니다. 세상사 시름 덜어내
려면 이곳을 찾아오면 됩니다. 가끔씩 찾아갈곳이 있다는 것도 행복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