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여행자
호미 출판사 지은이 : 김미라
인도 히말라야 산 속 국제학교에 다니던 열세 살 소녀가 있었다. 우연히 학교 건물 계단 밑에 있는 오래된 나무문을 발견했다.
그걸 조심스레 여는 순간, 백 년도 더 지난 가죽 장정의 고서들이 빼곡히 꽂힌 '책들의 비밀창고' 가 눈앞에 펼쳐졌다. 19세기
말 그 학교를 운영하던 영국인이 가져다 놓은 책들이었다. "낯선 시인들이 쓴 시집부터 흑마술과 집시 얘기까지, 온갖 책들이 다 있었어요" 책 여행자 (도서출판 호미) 를 낸 디자이너 김미라 씨는, 은닉처의 도둑고양이처럼 해가 저물 때까지 혼자 책을 읽던 그 지하 밀실이야말로 이후 펼쳐지게 될 '책여행' 의 시작이었다고 했다. 히말리야에서 시작된 그 여행은 런던의 북숍 시어터와 파리의 아나톨 프랑스 거리, 뉴욕의 하우징 워스 같은 세계의 책방 순례로 이어졌다. 디킨즈가 찾던 선술집, 카프카가 살던 작은 집 창문, 발터 벤야민이 걸었을 골목길도 찾아다녔다. " 프랑스에서 200년된 '쥬솜므' 라는 고서점에 들어갔어요. 컴퓨터 앞에 앉아 카탈로그를 정리하던 무뚝뚝한 주인 아저씨가 보였죠. '한국에서 왔다 '고 했더니 갑자기 반가워 하면서 김치와 김기던 영화 얘기로 한참동안 수다를 떠는 거예요 " 세계 어디서나 헌책방의 풍경에는 공통점이 있다. 천정까지 쌓아놓은 책더미와 나무 사다리, 오랜 시간 쌓인 추억과 시간의 더께가 스며든 듯한 냄새 ...... 불에 타거나 물에 젖거나 색 바래기 쉬운 이 위태로운 작은 물건들을 오감을 동원해 읽다 보면, 그속에 담긴 언어가 현실의 목소리로 되살아난다.
'애서가'오 '여행가' 를 함께하는 삶이 남들은 하지 않는 고민도 안겼다. "언제 떠날지 몰라서 늘 짐을 최소화합니다. 그러다 보니 책을 맘껏 사들일 수가 없어요 " 마음먹고 책을 산적이 있다. 석 달만에 원룸 벽 하나가 가득 찼다. 고민 끝에 도서관 근처로 이사해 빌려서 읽었다. 정말 좋아서 산 책, 특히 고서들은 제대로 관리한다. '제인 에어'나 중세 수도자 토마스 아 켐피스의 '그리스도를 본받아' 같은 책이다. 이런 책들은 햇빛이 들어오지 않게 하거나 제습제를 갖다 두고 흰 장갑을 끼고 책장을 넘긴다. "책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끼리 서로 알아봐요. 혼자 돌아다니는 걸 개의치 않고, 서가 앞에서 무언가를 간절하게 찾는 듯 진지한 눈빛으로 오래 서 있으면 딱 그런 사람이죠 " 김씨는 '책여행' 중 길에서 만나고 헤어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음 책에서 쓸 생각이라고 한다. 유석재 기자
보고 싶은책 읽어야 할책도 많은데 살 능력이 없다. 나는 도서관 옆에서 사니까 책보는데 아무 제한이 없건만
이 게으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