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충만 시

멀리 가는물

하동댁 2013. 8. 23. 19:41

 

멀리 가는 물

 

 

어떤 강물이든 처음엔 맑은 마음

가벼운 걸음으로 산골짝을 나선다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해가는 물줄기는

그러나 세상속을 지나면서

흐린 손으로 옆에 서는 물과도 만나야한다

 

 

이미 더렵혀진 물이나

썩을 대로 썩은 물과도 만나야한다

이 세상 그런 여러 물과 만나며

그만 거기 멈추어 버리는 물은

얼마나 많은가

제 몸도 버리고 마음도 삭은 채

길을 잃은 물들은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다시 제 모습으로 돌아오는 물을 보라

흐린 것들까지 흐리지않게 만들어

데리고 가는 물을 보라

결국 다시 맑아지며

먼 길을 가지 않는가

 

 

때 묻은 많은 것들과 함께 섞여 흐르지만

본래의 제 심성을

다 이지러뜨리지 않으며

제 얼굴 제 마음을 잃지 않으며

멀리 가는 물이 있지 않은가.

-도종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