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댁 2013. 8. 23. 19:30

 

호박꽃

 

쩔쩔 끓는 삼복염천

성남 변두리 척박한 땅에

뿌리를 박듯 좌판을 벌여놓고

아무튼 열심히 사는

내 고향 점례를 보았습니다

남이야 뭐라거나 말거나

전혀 개의치 않고

질펀한 맨땅에 퍼질러 앉아

호호호호 샛노란 웃음도 파는

억척스런 점례를 보았습니다

더러는 상스러운 이웃과 함께

객쩍은 농담도 좀 주고받으며

아등바등 온몸으로 기어가

아픈 삶을 움켜쥐는 덩굴손

내 고향 점례를 보았습니다

헤어진지 스물여섯 해 만에.

 

임영조 시인